박영선·김영춘 공천장 주고 퇴임
재임기간 ‘안정적인 리더십’ 평
작년 상반기까지는 대세론 구축
MB·朴 사면론 이후 지지율 추락
李 “제 부족함·정치 어려움 때문”
측근 “이제 이낙연의 시간이 와”
“당 대표 이후 자기 목소리 못 내
지지율 격차 회복 쉽지 않을 듯”
“지금부터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한다.”
9일 집권여당 대표로서 마지막 날을 맞이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등 4·7 재보궐선거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나눠주며 한 말이지만, 대선 주자로서 이 대표 본인을 향한 다짐이기도 하다.
당 중앙선거대책위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4·7 재보선 결과를 책임져야 하고, 6개월의 짧은 임기 동안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에서 10% 초반대로 반 토막 난 지지율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해서다.
지난해 8월29일 당 전당대회에서 60.7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선출된 이 대표는 192일 만인 이날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당헌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 출마를 위해선 대선일 1년 전까지 당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 대표는 이날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제 부족함과 정치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총리 시절인 지난해 상반기 대세론을 이끌며 견고한 ‘1강’ 체제를 구축했지만 취임 이후 하반기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처음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올해 초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한 뒤에는 지지율이 수직 하락해 이 지사와 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이 대표는 재임 기간 대체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당 대표 역할에 갇혀 ‘이낙연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원만한 당·정·청 관계를 주도했지만,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지나치게 신중한 답변으로 일관해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관리자’ 역할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손익을 따지기 전에, 지난해 여름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당 대표에 출마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 나름대로 대표의 직무를 벗어나는 일은 극도로 자제해왔다”고 덧붙였다. 대표직을 통해 잠룡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기보단, 여당 대표 역할에 충실한 ‘선당후사’ 정신을 내세운 것이다. 다만 이 대표는 사면론에 대해선 “국민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헤아려야 한다는 아픈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향후 지지율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이 대표 측근들은 “이미 지지율은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탔다”며 “이제 ‘이낙연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당 대표 역할에서 벗어나 온전히 대선 주자로서의 목소리를 낼 시간이 왔다는 뜻이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당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위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낙연표 브랜드’인 신복지체제의 첫 번째 정책으로 ‘돌봄 국가책임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퇴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신복지와 혁신성장이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벌어진 지지율 격차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통화에서 “당 대표 이후 친문(친문재인) 입장을 너무 대변하다 보니 본인이 사라졌다. 전략 미스”라며 “본인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그 어떤 세력도 지지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명제를 소홀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장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4·7 재보선’이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이 대표가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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