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표결 단말기 지급 안건 투표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불구
사외이사 선임 등 원안대로 통과
이재용 거취 놓고 주주 간 설전
“해임해야” vs “취업제한 부당”
김기남 “100년기업 기틀 마련”
17일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시 컨벤션센터에는 행사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입장을 대기하는 주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초등학생부터 주부, 청년,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주주들은 발열체크와 손 소독, 주주확인 절차를 거쳐 행사장에 입장했다. 215만명이 넘은 국내 최대의 ‘동학개미’(소액주주)를 거느린 회사의 주총장다운 풍경이었다.
삼성전자는 급격히 늘어난 소액주주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이날 처음 온라인 중계까지 진행했지만 주총장에는 지난해보다 2배 많은 900여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참석한 주주들에게는 전자표결 단말기를 지급해 안건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박수로 안건이 통과되던 풍경도 사라졌다.
주총은 의장으로 나온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 인사말로 시작됐다. 김 부회장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5세대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시큐리티(Security) 등 미래 역량을 준비하고 자율적인 준법문화의 정착을 통해 신뢰받는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후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4가지 안건이 상정됐다. 이번 주주총회부터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적용됐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지분율이 줄어 안건이 부결되는 등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김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98.9% 수준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의안 상정에 앞서 김 부회장과 김 사장, 고 사장이 사업부문별 경영 현황을 설명했다. 경영진은 참석한 주주들과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이들은 현장에 참여한 주주들의 질문뿐 아니라 온라인 중계를 시청하면서 게시판으로 질문을 남긴 주주들의 질문에도 실시간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다. 참여연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 문제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는데도,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해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일부 주주는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이 부당하다고 맞섰다. 한 주주는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왜 좋은 일 하고 감옥살이를 해야 하느냐”면서 “삼성전자 발전을 위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총회장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삼성SDS와 삼성전기, 삼성SDI도 전자투표제와 온라인 중계를 통한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및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삼성SDS는 대외사업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 11조174억원, 영업이익 8716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날 대표이사로 선임된 황성우 삼성SDS 사장은 “클라우드 등 디지털 신기술 기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업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배당액을 총 1059억원(전년 대비 27% 증가)으로 결정한 삼성전기의 경계현 사장은 “5세대 이동통신 보급 확대, 비대면 생활 보편화 등에 따라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품질경영을 강조한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절대적인 품질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수원=남혜정 기자, 김건호 기자 hjn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