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임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를 가까운 장래에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갑자기 철회하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일단 기존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이 대표는 미국이 중국과의 향후 무역 협상에 열린 입장을 취할 것이고, 미·중 협상을 위해서도 기존 대중 관세를 일방적으로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정부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이다. 그는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USTR 대표로 상원에서 찬성 98 반대 0표의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았다.
타이 대표는 WSJ에 “제발 그냥 관세를 없애 달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경제 주체들이 적응할 수 있게 소통하면서 변화를 유도하지 않으면 관세 철회가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기업이든, 무역업자든, 제조업자든 사업에 영향을 미칠 변화에 따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중 무역 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이 중국에서 연간 수입하는 물품의 4분의 3가량에 해당하는 3700억 달러(약 419조 원) 규모의 품목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분쟁 해소를 위해 지난 2020년 1단계 무역 합의에 이르렀으나 여기에 관세 철회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1단계 합의에 따른 미국산 농산물 등의 추가 구매 약속 이행을 지켜본 뒤 관세 철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바이든 정부도 전임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미국산 농산물과 공산품 등을 포함한 2000억 달러 규모 추가 구매 약속을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라 6개월 단위로 합의 이행 점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으나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2개월 이상 회의가 재개되지 않고 있으며 미·중 양국이 회의 속개 문제를 협의하고 있지 않다고 WSJ이 전했다. 타이 USTR 대표는 취임 이후 14개국 카운터파트와 전화 통화를 했지만, 중국 측 상대역인 류허 부총리와는 통화하지 않았다. 타이 대표는 WSJ에 “때가 되면 그와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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