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얼굴 등 노출 부위 주로 나타나
대인 관계·사회 생활 어려움 호소
약에만 의존·민간요법 맹신 금물
실내 습도 유지 등 환경개선 필요
봄철이면 아토피 피부염(아토피) 환자가 늘어난다. 큰 일교차와 꽃가루, 미세먼지 등 자극 요인이 많은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토피는 ‘소아 질환’으로 생각하지만, 최근 아토피 환자는 성인에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성인 아토피는 목과 얼굴 등 노출 부위에 나타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서성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과거에는 소아 아토피 환자의 약 5%만이 성인 아토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최근에는 약 40%까지 성인 아토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성인 아토피
소아에서 아토피 유병률은 10~20%인 데 비해 성인에서는 1~3% 유병률을 보인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세 이상 아토피 피부염(L208, L209)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9년 기준 98만4914명에 이른다. 이 중 소아 아토피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성인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10세 미만 소아의 경우 2016년 40만2406명에서 2019년 35만5974명으로 11.5% 감소했지만 20대는 12만1741명에서 14만9623명으로 22.9% 늘어났고, 30대의 경우도 7만4847명에서 8만9909명으로 20.1%가 늘어난 것이다.
서성준 교수는 “소아에서 증상이 없다가 성인기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성인기에 갑자기 아토피가 발생했다기보다는, 아토피의 유전적 소인을 지니고 있었으나 유년기까지는 증상이 발생하지 않다가 성인이 되어 각종 사회적, 환경적 유발요인에 노출되며 발병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아토피는 피부가 꺼칠한 듯 건조하면서 가려움증이 많이 생기고 홍반과 마른버짐, 하얀 각질 등이 발생하고 팔꿈치, 무릎주위, 얼굴, 눈, 목에 발생한다. 급성기에는 홍반성 구진(작은 발진)으로 나타나 이를 긁으면 진물이 동반되는 형태를 띤다. 이후 질병이 만성으로 진행되면 심한 경우 피부가 단단하고 두꺼워져 주름이 두드러져 살결이 ‘코끼리 가죽‘ 같아진다. 입술, 발바닥, 유두와 유륜 등과 같이 일부 특수 부위에 발생하는 증상도 있다.
◆목과 얼굴 등에 두드러져 ‘우울감’ 호소도
소아와 성인의 아토피는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에 차이가 있다. 소아의 경우 팔과 다리, 팔꿈치 안쪽 등에 주로 나타난다. 반면 성인 아토피는 목의 양측, 팔다리가 맞닿는 부분 등에 주로 생긴다.
또 성인 아토피는 중증화,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사회생활이 왕성한 시기에 얼굴과 목 등에 아토피가 나타나면서 대인 관계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중증 아토피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실업률과 미혼율이 더 높았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도 20%까지 높게 나타났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최재은 교수는 “성인 아토피는 얼굴과 목 등 노출부에 나타나고 중증도도 심해 대인 관계에서 자신감을 상실한다. 특히 봄, 여름처럼 노출 부위가 많아지는 시기엔 우울감을 호소하는 등 2차 피해도 크다”고 설명했다.
아토피는 경증인 경우 국소 스테로이드로 치료한다.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사용 시 피부위축, 모세혈관 확장, 탈색소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전문가 관리 하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아토피는 만성질환이므로 약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실내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실내 온도는 20∼22도, 습도는 45-55%를 유지하고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집먼지 진드기가 주로 서식하는 천 소파, 카펫, 침대 등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 또 과도한 스트레스나 긴장은 가려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므로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일부 환자는 연수기 사용, 각종 건강보조식품, 온천 요법, 알로에, 모래찜질, 소금물 목욕, 뜨거운 사우나 등 민간요법으로 아토피를 고쳐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증상이 오히려 악화돼 병원을 찾게 된다.
서성준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장벽 약화 및 염증반응이 증가돼 있어 피부에 가해지는 각종 외부자극에 굉장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성분 및 원리가 불분명한 각종 물질을 피부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의 악화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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