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채 운전하다 20대 대만인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검찰 구형량(6년)보다 더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6일 서울 강남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운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28)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여론이 일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처벌받고도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며 “신호를 위반하고 제한속도를 초과해 보행자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에게 충격을 가했다”고 꾸짖었다.
김씨는 재판에서 혐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사고 당시 왼쪽 눈에 착용한 렌즈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갔고, 오른쪽 눈은 각막이식 수술을 받아 렌즈를 착용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눈 건강이나 시력이 좋지 못하다면 운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도 술까지 마시고 운전해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만 28세에 불과했던 피해자가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사망했으며 해외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충격과 슬픔을 헤아리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유족과 지인들이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검사의 구형량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낮아 아쉬웠는데 재판부의 전향적인 판단에 감사하다”며 “유족들의 마음은 8년이라는 선고에도 달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진·이지안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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