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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90일·우유 50일 취식기간 ↑… “소비자 탈 나면?” 업계 반발 [뉴스 투데이]

입력 : 2021-04-21 18:29:23 수정 : 2021-04-22 08: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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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유통기한, 소비기한으로 바꾸면
식빵 20일·액상커피 30일·치즈 70일
보관조건 지켜질 경우 섭취기간 늘어
소비자 “유통·취식가능기한 헷갈려”
코로나 이후 음식물 쓰레기 배출 증가
불필요한 식품폐기 대폭 줄일 수 있어
낙농협회 “변질사고 위험성 커 문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재료를 샀다가 바빠서 요리를 못 하면 그대로 버리게 될 때가 많아요. 멀쩡해 보여도 적혀 있는 유통기한이 지났으니까 찝찝하죠.”

 

직장인 오모(30)씨는 자취를 하면서 버리는 식재료가 크게 늘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씨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을 수 있다는 건 아는데 그때그때 찾아보기도 어렵고, 인터넷을 찾아봐도 말이 다 달라 불안하다”며 “정확히 언제까지 먹어도 되는지 적혀 있으면 지금보다 버리는 양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최소 20일에서 90일까지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두부의 유통기한은 14일이지만 보관조건이 지켜질 경우 소비기한은 104일까지 늘어난다. 식빵은 23일(유통기한 3일), 우유는 60일(〃 10일), 액상커피는 107일(〃 77일), 슬라이스치즈는 250일(〃 180일)로 대부분 제품의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적게는 1.3배, 많게는 7배 이상 더 길다.

 

소비자들은 소비기한을 알게 된 후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들고 아까웠던 식재료들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촉구하는 ‘앵그리푸드 캠페인’에 동참했다는 이세미(41)씨는 “보통 두부나 우유는 묶음판매가 가격이 저렴해 대용량으로 사게 된다”며 “4인 가족인데도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다 먹지 못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비기한을 알게 된 후엔 냄새를 맡아보고 이상이 없으면 섭취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여자 양모(50)씨도 “이전까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등을 쉽게 버린 적도 있었다”면서 “많은 사람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제대로 구분해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버려지는 음식물로 인해 연간 약 2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1년에 8000억원이 투입된다. 또 처리 과정과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885만t에 이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더욱 늘어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하루 평균 500g 이상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한다는 가구 비중은 2019년 37.9%에서 지난해 44.2%로 6%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도 소비기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현진 고려대 교수(식품공학)는 “제품별 알맞은 보관기간을 지킨 미개봉 상태의 제품은 안전하게 소비기한 내에 섭취가 가능하다”며 “식량 폐기량을 줄이고 경제적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보고 판단해 불필요하게 폐기되는 식품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 안전을 근거로 한 식품업계의 반발은 넘어야 할 과제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유제품은 유통과정에서 변질사고 위험성이 있는데, 대부분 책임이 제조업체로 돌아온다”면서 “현행 냉장 여건에서는 소비기한을 도입하면 사고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도 “도입 이전에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소비기한을 이해하고 식품유형별로 올바르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올해 법안 통과를 목표로 반대의견 수렴 등 사회적 공론화를 거친 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보관방법 교육이나 홍보를 해나갈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실험 결과는 대부분 미생물학적으로만 검사한 것으로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식품의 원료, 제조방법, 포장방법, 보관방법 등을 고려한 과학적 실험을 통해 소비기한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빈·이지안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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