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영업익 최고 6000억 전망
GS칼텍스도 4000억 중반대 점쳐
국제 기름값 상승 효자 역할 톡톡
사두었던 재고 평가이익 급반등
실적 상승세 당분간 이어질 듯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정유 업계가 세계 경기 회복과 유가 상승에 힘입어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며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이동 수요까지 늘면서 2분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실적이 발표될 SK이노베이션(13일)과 GS칼텍스가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의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는 3000억원대인데 실제 영업이익은 5000억∼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S칼텍스도 올해 1분기 4000억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영업이익 629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38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결과이자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분기 실적이다.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 41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유업계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이익 상승이 꼽힌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거래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말 50달러 선에서 올해 3월 둘째 주 배럴당 66.95달러까지 오르며 코로나19 직전인 지난해 1월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이 사들인 석유 가격이 상승하며 재고평가 이익도 커진 것이다.
올해 들어 휘발유 가격도 덩달아 크게 오르며 수익성이 개선된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평균 52.43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올해 3월 평균 71.54달러로 상승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이동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번 실적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는 원유 재고평가 이익은 감소하겠지만 정제마진이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 여기에 정유사 수익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유의 소비가 코로나19 백신 보급률과 함께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최근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올해 세계 경기 회복으로 원유 수요가 하루 60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브라질 등 일부 국가의 코로나19 재확산세에도 미국과 중국의 석유 수요가 늘어나 그동안 쌓여 있던 원유 재고도 올해 2분기 말까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OPEC 플러스는 수요 증가에 대비해 5∼7월 석 달간 순차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까지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제마진 개선이 뚜렷하며 미국의 정제설비 가동률도 최근 1년 이래 최대치”라며 “글로벌 재고 감소세가 뚜렷한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휘발유와 항공유의 수요 개선이 나타나고 있어 2분기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산유국들의 증산에 따른 가격 하락 압박을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하느냐가 2분기 실적의 관건”이라며 “증산 발표에도 국제 유가가 버티는 것으로 볼 때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