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후 운전자론 실종
지난 4년간 문재인정부의 주력 외교·안보정책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요약된다. 남북·북미 관계를 선순환시켜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앞당긴다는 정책적 목표를 갖고 움직였다. 하지만 초반의 성과들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멈춰선 상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9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정부에서 연이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일궈내고 대화의 모멘텀을 만든 것은 역사적인 성과”라면서도 “미국 주도 협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개인에 많은 부분을 의존했던 것이 한계였다”고 평가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군사적 행보로 긴장국면을 고조시켜 갔던 북한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해 4월 판문점 선언과 이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남북, 북·미 관계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진전을 거듭했다. 그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남북 군사합의까지 이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일부 보수계층의 반발에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간 문재인정부에 대한 나라 안팎의 우호적 반응이 쏟아졌다.
이랬던 남북간 밀월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는 이전처럼 냉각됐다.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 대한 거시적 전략 수립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북정책에 치중하다 보니 심화하는 미·중 경쟁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 한·일 관계와 한·미·일 동맹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 임기 초반과 현재 한반도의 외교·안보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는 미국 행정부의 교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톱다운’(top-down) 방식보다 ‘보텀업’(bottom-up) 방식의 북·미 협상을 선호하고, 동맹 중시 전략을 펴고 있다.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이에 맞춘 생존 전략과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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