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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 미얀마 쿠데타 100일… 관심·비난 줄고 내전 위기

입력 : 2021-05-11 06:00:00 수정 : 2021-05-11 01: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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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유혈진압… 희생자 800명 육박
유엔·EU 등 비난·제재 힘 못얻어
中·러는 미온적… 군부 압박도 못해
反군부진영 자체 무력투쟁 나서
‘제2의 시리아’ 가능성 더 높아져
유엔 “코로나 겹쳐 인구 절반 빈곤”
지난 3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카마유트 지역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카마유트는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얀마 군부가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한 지 11일(현지시간)로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800명에 달하는 시민이 목숨을 잃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포함한 수천명이 구금됐다. 지난 100일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제 제재가 아무 실효성 없는 ‘종이호랑이’임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결국 미얀마도 10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AFP통신과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쿠데타 희생자는 780명으로 집계됐다. 미얀마군은 쿠데타 반대 시위대는 물론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총을 겨누는 잔혹함을 보였다. 특히 ‘미얀마군의 날’이었던 지난 3월27일에는 한 살배기 아기가 고무탄에 눈을 맞고, 집에 있던 열세 살 소녀가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다만 지난달 9일 80명 넘게 숨진 ‘피의 주말’ 이후로는 진압 강도가 낮아졌다. 저항운동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반쿠데타 시위에서 국경 지역의 군대와 민족 반군이 대치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군부의 피비린내 나는 유혈진압이 감소함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비난과 관심도 줄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은 쿠데타 발생 초기 다양한 수사를 동원해 규탄 성명을 내고 군부를 겨냥한 경제 제재를 했지만 사태 해결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5일 G7(주요 7개국) 외교·개발장관 공동성명에 실린 미얀마 사태 관련 언급은 다른 글로벌 현안에 가려 관심을 끌지 못했다.

10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반쿠데타 시위대가 학생회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만달레이=EPA연합뉴스

국제사회 목소리가 엄포에 그치는 건 미얀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의 수십%에 달하는 ‘통 큰 투자’를 하는 큰손이다. 전날에도 이라와디 삼각주에서 진행되는 1390㎿(메가와트)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프로젝트가 승인을 받았는데 여기에 중국 자본이 유입됐다. 또 미얀마군이 2010∼2019년 수입한 군수물자의 88%가 중국·러시아산일 정도로 미얀마와 중·러 간 이해관계는 깊다.

 

국제사회가 군부를 압박하지 못하고 군부 통치 기간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자 반군부 진영도 기대를 접고 자체 무력투쟁에 나섰다. 지난해 치러진 총선 당선인과 소수민족 주요 인사로 구성된 국민통합정부(NUG)는 최근 시민방위군(PDF)을 창설했다고 밝혔다. 시민방위군은 소수민족 무장조직들이 참여하는 연방군의 전 단계다. 여기에는 반군 캠프에서 군사 훈련을 받는 미얀마 청년들이 참여할 전망이다. 소수민족 무장조직도 무기 지원이나 군사훈련에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카렌민족연합(KNU) 6여단이 국경지대인 카렌주 동부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 미얀마 반군부 운동은 그간의 대규모 반쿠데타 시위 형태에서 정규군과 반군이 대치하는 내전으로 변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렌=AFP연합뉴스

이에 따라 미얀마 사태는 시위대에 대한 군부의 일방적 학살에서 양측 간 무력충돌 양상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미 사가잉 지역과 친주에서는 재래식 소총과 사제 지뢰로 무장한 시민군이 군경과 충돌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 카친독립군(KIA)도 미얀마군 헬기를 격추하는 등 카렌민족연합(KNU)과 더불어 미얀마군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미얀마 쿠데타 사태는 내전을 향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결국 국민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 GDP가 10% 뒷걸음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얀마 수출의 25%를 차지하던 의류산업도 새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코로나19 사태에 쿠데타까지 겹치며 내년에는 미얀마 인구의 약 절반이 빈곤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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