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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항거”… 미얀마 시인들, 잇단 참변

입력 : 2021-05-16 18:49:06 수정 : 2021-05-16 22: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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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쿠데타 시위 참여 윈, 불에 타 숨져
용의자 휘발유 붓고 불질러… 체포 안돼
몽유와서 4명, 군경 총격 등으로 사망

군부 쿠데타에서 비롯한 미얀마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시인들이 잇따라 무참히 살해되고 있다. 미얀마에서 시인들이 이번 쿠데타를 비롯해 각종 불의와 맞서 싸워 온 역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6일(현지시간)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에서 시인 세인 윈(60·사진)이 불에 타 숨졌다.

 

친구인 타잉 아웅은 “오전에 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 공장 근로자가 그의 머리 위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용의자 신원은 몽유와의 한 주민으로 특정됐으나 아직 경찰에 붙잡히지는 않은 상태다.

 

윈은 몽유와의 반쿠데타 시위에 참여해왔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가 군부를 윈 살해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오랜 지지자였고, 1988년 민주화 시위 이후 꾸준히 정치활동을 해왔다.

 

이에 따라 몽유와에서만 시인 4명이 살해됐다. 지난 3월 30대 시인 2명이 반쿠데타 시위를 진압하던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 지난 9일에는 쿠데타 저항시를 써 온 시인 켓 티(당시 45세)가 폭탄을 소지한 혐의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몸의 장기가 적출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그의 집에선 폭탄 소지와 관련해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양곤엔 12명이 넘는 시인들이 구금돼 있다. 군정에 맞선 국민들과 연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미얀마의 오랜 혁명의 역사에서 시인들은 예술의 힘으로 불의와 싸워 왔다”며 “1885년 왕정이 무너진 뒤 136년간 국민들과 연대해 모든 혁명의 일선에 섰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민주화 활동가 민 코 나잉도 시인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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