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지역, 가격상승 견인
전문가 "더 오를 것 예상하고 들어가"
![](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1/05/20/20210520516663.jpg)
급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자 정부가 강남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음에도 여전히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확산하며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는 등 부작용까지 생기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장이 상승세를 예견하는 상황에선 거래허가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15주 만에 서울 아파트 최고 상승률…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여도 신고가
서울 아파트값은 2·4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첫째주(0.10%) 이후 15주 만에 0.1%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5월 셋째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0.10% 오르며 지난주(0.09%)보다 상승폭을 키웠다고 20일 밝혔다.
전체 시장 분위기는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가격상승이 견인하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선거 직후 재개발·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급등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음에도 거래 감소와 별개로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허가구역 지정 효력이 시작되는 지난달 27일 전 신고가가 경신되며 또 한 번 집값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달 23일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면적 140.9㎡(12층)는 지난 23일 39억8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지난 1월 말 기록한 종전 최고가(34억6000만원·5층)와 비교해 3개월 새 5억2000만원이나 오른 금액이다.
![](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1/05/20/20210520516668.jpg)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 다음 달이면 1년을 맞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대치동·삼성동·청담동·잠실동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들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대치동아파트 3.3㎡당 평균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에 비해 8.1%, 삼성동은 2.78% 올랐으며 청담동은 같은 기간 3.29%, 잠실동은 12.6%나 뛰었다.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는 지난 4월27일 허가구역 지정 전(지난해 6월)보다 3억원 오른 22억4500만원 신고가로 계약서를 섰다. 잠실동 우성1, 2, 3차 104㎡은 지난 4일 21억4000만원의 신고가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지난해 6월보다 2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풍선효과로 주변 지역까지 들썩… 전문가 “더 오를 것 예상하고 들어가”
주변 지역의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 열기가 뜨겁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노원구는 0.21% 오르며 6주 연속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규제로 묶인 압구정동의 수요가 반포·서초동 등으로 옮겨가며 서초구도 0.20% 올랐는데 이는 노원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가격 상승률이다.
![](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1/05/20/20210520516667.jpg)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여의도동이 있는 영등포구는 그 주변인 신길·문래동 역세권 단지 위주로 올라 0.10%에서 0.12%로 상승 폭을 키웠고, 목동이 있는 양천구도 규제 지역이 아닌 단지와 인근 단지 위주로 오르며 지난주에 이어 0.10%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큰 상황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임병철 부동산114 연구원은 20일 “집값이 오르는 시점에서 허가지역으로 묶이다 보니 실수요 중심으로 유입된 것이다. 실수요자들도 ‘이 지역은 더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들어가는 거라 집값이 꺾이지 않고 올랐다 볼 수 있다”며 “풍선효과도 마찬가지다. 시장 분위기 자체가 나쁘지 않으니 거래가 비교적 쉬운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뿐 아니라 금융이든 세제든 다른 규제들도 강화했으나 집값이 오르는 건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시장의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신규택지나 정비사업지가 아닌 일반 시가지를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면서 당초에 목적했던 결과를 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강남4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던 것이 굳이 필요했던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사례를 거울삼아 더욱 깊이 있는 부동산정책이 집행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1/05/20/20210520516669.jpg)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거래량을 제한하고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려는 투기수요의 진입은 일부 막는 효과가 있겠지만, 가격 안정의 담보까지 이어지진 못했다”면서도 “어쨌든 투기수요 유입이 상시로 문제가 될 지역에 ‘심리적 허들’을 만드는 효과는 있고,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들과 합쳐 중첩규제 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지구지정은 유효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