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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비극 막기 위한 ‘실종법’ 제정 절실”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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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23 20:21:10 수정 : 2021-05-23 22: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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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지체 땐 사망… 신고 즉시 수사 해야
‘아동법’에 성인을 추가… 특화수사도
94년 외동딸과 이별… NGO활동 나서
경찰 인력·예산 늘려 실질적 수사를
고통 속 잠 못드는 부모 더는 없어야”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사무실에서 실종법 제정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도 실종되고 시간이 지체되면 결국 사망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성인이라도) 실종 신고 즉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실종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실종 아동의 날’(5월25일)을 나흘 앞둔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실종아동찾기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서기원 대표는 최근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를 언급하며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이 성인 등을 포괄하는 실종법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실종아동법상 발생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수색이나 수사를 해야 하는 대상은 △실종 당시 18세 미만인 아동 △치매 환자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뿐이다. 여기에 성인을 추가하고, 각 대상에 특화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게 서 대표의 생각이다.

 

그 역시 실종된 딸을 둔 아버지다. 1994년 4월27일, 전북 남원시 향교동 집 앞 놀이터에 갔던 외동딸 희영양(당시 9세)은 해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은 서 대표가 희영양을 본 마지막 날이 됐다. 그와 함께 아이들을 찾고 정보를 공유하던 실종아동 부모들의 모임은 관련 법 개정 등 실종아동을 위한 활동을 해오다 비정부기구(NGO)를 거쳐 지금의 협회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대표적인 성과는 2005년 만들어진 실종아동법이다. 서 대표는 실종아동법을 “장기실종아동 부모들의 피·땀·눈물로 만든 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법 시행 이전에는 경찰이 실종된 아이를 파출소에서 데리고 있기만 하다가 보호자가 찾아와야 넘겨줬다”며 “보호자가 오지 않으면 시설로 가 영영 찾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설명했다.

 

실종아동법이 만들어지고, 여러 차례 개정을 거듭한 덕에 40년 전 실종된 아이를 찾기도 했다. 1976년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A군(당시 5세) 가족은 2015년에야 A군이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 대표는 “법 개정 이전에는 부모들이 시설에 가서 아이 관련 자료가 있는지 보여달라고 해도 보여주지를 않았다”면서 “실종아동 부모인 경우 경찰과 동행해서 볼 수 있게 법이 바뀌면서 A군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이 하나하나 바뀌면서 아이를 찾게 될 때마다 그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뿌듯해했다.

 

그럼에도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난관이 많았다. 장기실종아동인 희영양이 ‘가출인’으로 바뀌어있던 것이 대표적이다. 희영양이 실종아동을 찾는 포스터에 한 번도 나오지 않던 것이 의아했던 서 대표는 2007년 실종아동찾기센터(182센터)를 찾아 희영양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던 센터장은 끝내 자료가 없다고 고백했다. 실종 당시 9세였던 희영양은 성인이 돼 가출인으로 처리됐고, 제대로 된 자료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실랑이 끝에 서 대표는 가지고 다니던 USB(이동식저장장치)에서 400명의 실종아동 정보를 센터 컴퓨터에 옮겨놓을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종아동법은 ‘14세 미만 아동’이 대상이었어요. 그래서 자료가 다 사라진 겁니다. 가출인도 좋고 실종아동도 좋으니까 전부 확인해서 등록해달라고 했죠.” 이렇게 서 대표는 사라진 이들이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실종아동 가족들과 전문기관, 수사기관 사이 빈틈을 메워왔다.

서 대표는 실종법 제정과 함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인력과 예산도 보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직 내에 실종수사팀을 만들어도 담당 경찰은 지방청에 한두 명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장기실종아동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실종되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수억원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실종 문제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부족하다”며 “아이를 찾느라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까지 망가지는 상황에 놓인 실종아동 가족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쉼터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희영이가 사라진 지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대로 웃지도, 울지도 못해요. 실종아동 부모들은 ‘자식 잃은 사람이 뭐가 좋아 시시덕거리냐’, ‘자기 새끼 잃고도 여태 눈물이 남아있냐’는 말을 듣기 일쑤니까요. 가족이나 지인들도 아직 저를 어려워하죠. 다른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하루빨리 실종법이 만들어지고 제대로 된 전담수사팀이 꾸려졌으면 합니다.”

 

유지혜·조희연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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