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책 역행… 임대료만 상승” 지적
무주택 세대주 대상 LTV 20% 확대
집값 천정부지로 뛰어 실효성 의문
당론 도출 불발 된 양도세·종부세 완화
전 당원 투표 결정 제안 가시밭길 예고
27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가 공개한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수정안은 당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세제 완화책보다는 추가 공급 대책에 방점을 찍었다. 문재인정부가 임기 초 세제·금융 혜택을 통해 적극적으로 등록을 유도했던 임대사업자제도는 이번 정책 발표로 사실상 전면 폐지되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론 도출이 불발된 양도세·종부세 완화는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오는 등 향후 논의도 ‘가시밭길’이 될 것을 예고했다.
이날 부동산특위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는 현 정부의 기존 공급 대책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다고 긍정 평가하고,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공급 정책과 관련해 “시장의 호응이 높은 2·4 대책을 최대한 앞당겨 시행해 국민과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유효공급 물량을 신속히 만들어낼 것”이라며 “총리실과 당 정책위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당정 합동으로 추가공급대책을 지속해서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급 용지 확보를 위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선 “(정부의) 기존 2·4, 8·4 대책에 (그린벨트 해제가) 포함된 게 있다”면서도 “추가 해제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임대등록사업자 제도 개선책이다. 민주당은 건설임대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매입임대의 경우 모든 주택유형에 대한 신규 등록을 폐지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폐지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제도는 1994년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시장 불안정을 이유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임대사업자제도 수정은 사실상의 공급 대책이다. 민주당은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이 가진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주택 공급이 늘어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위는 “지난 2월 기준 이미 임대등록이 자동·자진 말소된 주택은 전국에 46만8000호에 이르지만,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무기한이라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세제 혜택을 정비하면 임대등록 말소 예상 물량 약 65만호 중 20% 수준인 약 13만호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다주택자들의 임대등록 활성화를 위해 재산세, 건강보험료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한 것에 역행한다. 결국 당정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 혼란이 커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대사업자제도 폐지로 임대료가 상승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주택 세대주에게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수준을 기존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늘린 것은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주거 사다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대출 규제 강화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었다는 비판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이미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버린 상황에서 조정대상 지역의 5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비로소 LTV 최대 70%를 적용받게 된 터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 오는 7월부터 소득 기준 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강화될 예정이어서, LTV 완화 혜택은 제한적이고 집값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개선안 발표 전 열린 비공개 정책 의원총회에서는 종부세·양도세 완화를 둘러싼 기존 찬반 논쟁이 그대로 재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감세’를 내세우며 완화책에 반발해 온 진성준 의원은 의총에서 종부세 완화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맡길 것을 제안했고, 의총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는 “특위의 (세 부담 완화) 논의 방향은 본말이 뒤집힌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초 거론된 ‘종부세 과세 기준 9억에서 12억원 상향’과 관련해 “재산세도 완화해주는데 종부세까지 완화해주는 것은 과세체계만 무너뜨리고 불공평만 조장한다”며 “12억원 상향은 절대 안 한다”고 못 박았다.
◆“1주택자 재산세 감면 혜택 제한적… 종부세 완화 없인 매물 잠김 계속”
여당이 1주택자의 재산세 인하 특례 범위와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폭을 확대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전향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대량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10% 올라 지난주와 같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15주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0.1%대 상승률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만 적용되던 재산세 경감세율(0.05%)을 9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하고, LTV 우대 폭을 현행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올려주겠다고 밝혔지만,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공시지가 6억∼9억원 이하 공동주택은 59만2000여채다. 이 중에 재산세 감면은 1주택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이 한정돼 있고, 올해 공시가격이 오른 부분과 상쇄되면 재산세 납부액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산세 인하는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액수는 아니고, 이미 다음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LTV 인하로 대출을 받기 쉬워지는 측면도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반길 만한 대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과) 교수도 “여당이 지지층 수호와 정체성 유지를 위해 시장이나 경제 논리를 배제하고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며 “이렇게 제한적인 규제 완화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매입임대 폐지의 경우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면서 전세난을 가속하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규 주택매입임대사업자 진출이 제한되며 우회로를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고, 기존 임대사업자들의 규제강화 불만도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정도에 머무는 상황에서 주택매입임대사업자 규제 강화로 이들의 임대주택 운영 축소가 임대차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공임대주택 확보와 기업형 임대주택 확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선 정부·여당이 양도세·종부세 인하 여부를 빨리 결론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시장에서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는 것은 세금이나 대출 등 정책 변화의 기대감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면서 “여당과 정부가 정책 조율을 서둘러 명확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수·박세준·나기천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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