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중 유두·여포암이 대부분
다른 암 비해 진행 느리고 치료 잘 돼
수질·미분화암 치료 어렵고 예후 나빠
조기 발견·적극적인 치료 매우 중요
크기·전이 여부 따라 전체·일부 제거
전체 떼냈을 경우 평생 약 복용해야
2018년 기준 국내 암 발생자는 한 해 24만3887명에 이른다. 이 중 발생률이 높은 암은 위암, 갑상선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순이다. 특히 갑상선암은 고령층과 소아층을 제외한 15∼64세 그룹에서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느리게 진행되고 예후가 좋은 편이라 ‘착한 암’으로 불린다. 건강검진이 일상화되면서 갑상선암 초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 덕이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암에 비해 완치가 잘된다는 것일 뿐, 전문가들은 “암은 암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진단 기술 발달로 늘어나는 갑상선암
나비 모양으로 생긴 갑상선은 목의 정중앙 아랫부분에 위치하는 내분비기관이다. 혈관을 통해 우리 몸의 에너지대사에 관여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생성·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암 발생자수는 1999년 3407명에서 2018년 2만8651명으로 약 8배 이상 증가했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건강검진이나 갑상선초음파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암이 급증한 것은 암 발생 자체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은영규 경희대병원 후마니타스암병원 교수는 “갑상선암 발병률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약 4.4배가 높다. 의료 접근성과 건강검진 보편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목에 혹 같은 멍울이 만져져 검사를 받는 환자의 대부분은 양성이지만 10∼15%는 악성, 즉 암으로 진단받는다. 목에 결절이 만져지는데 딱딱하거나 갑자기 커진 경우, 목소리에 변화가 있을 경우, 음식을 삼키기 힘든 증상이 있을 경우 갑상선암일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우영 교수는 “갑상선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평소 목 부분에 혹이 느껴진다거나 특정 원인 없이 목소리가 변하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갑상선암의 종류는 유두암과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미분화암) 등이 있다. 흔히 ‘착한 암’으로 불리는 것은 유두암과 여포암이다. 유두암은 갑상선암의 80∼90%를, 여포암은 갑상선암의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모두 예후가 좋다.
문제는 수질암과 미분화암. 갑상선 수질암은 0.5~1% 정도인데, 진단 시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경우가 50% 정도다. 갑상선 수질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RET 원종양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미분화암 역시 드문 편이지만 초기부터 폐나 뼈 등으로 원격 전이된 경우가 흔히 발견되고 확진되면 4기로 간주한다. 평균 생존 기간은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갑상선암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와 방사선 누출 사고와 방사선 치료 등 방사선 피폭이 위험 요인으로 많이 언급된다. 최근에는 비만도 발생 증가에 영향이 있다는 연구도 나온다.
은영규 교수는 “갑상선암의 원인 중 하나로 방사선 피폭이 있다. 실제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주위에서 갑상선암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면서도 “일상적으로 시행되는 흉부와 치과 엑스레이 촬영 등은 갑상선암과 연관됐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과도하게 검사를 피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기 진단 시 일부 절제도 가능
갑상선암의 최선의 치료법은 수술이다. 암의 크기와 전이 여부에 따라 갑상선 전체를 제거할지, 반만 제거할지가 결정된다.
암이 4cm보다 크거나, 양쪽 갑상선에 모두 암이 발견된 경우와 기관, 후두, 식도, 신경 등 주위 조직을 침범하고, 폐나 뼈 등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 등에는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전절제술을 받게 된다.
암이 한쪽에 국한되는 등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반만 절제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목 주변에 큰 상처를 내지 않고 겨드랑이나 입술 등으로 내시경과 수술도구를 삽입해 수술하는 내시경 갑상선 절제술이 증가하고 있다.
갑상선의 일부를 제거한 경우에는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전체를 제거하게 되면 갑상선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김우영 교수는 “갑상선암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대부분 예후가 좋다”며 “수술 후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뇌하수체가 자극돼 갑상선자극호르몬 분비가 증가된다. 갑상선자극호르몬을 적절하게 억제하지 않으면, 암 재발률이 30% 정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알맞은 용량으로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영규 교수는 “유두암과 여포암 같은 분화암이 기존 조직의 형태를 유지하며 암으로 바뀌는 특성이라면, 미분화암은 기존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반적인 암의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갑상선 미분화암의 생존 기간은 보통 1년을 넘지 않는다. 모든 유두암이 미분화암이 되지는 않지만, 모든 미분화암은 분화암에서 오기 때문에 ‘착한 암’이라는 오해로 갑상선암 치료를 늦추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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