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쌓은 학력·경력 매력
입시비리 등 정권 행태와 대비
정치발전 성과 창출 숙제 남아
대한민국 정치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소식이 좋은 의미로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언제였던가? 2016년 가을 태블릿PC가 발견되며 국정농단 정국이 시작되고 탄핵결정으로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힌 이후 처음이 아닌가.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이는 전직 지자체장의 성추행으로 인한 보궐선거이기에 거저 얻은 결과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지지자가 희망을 품는 데 5년이 걸린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이준석이 있다. 과연 나경원, 주호영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당대표 선거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다면 이렇게 국민의힘 대표경선에 국민과 언론이 관심을 둘 이유가 있을까? 불과 한 달 전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모두의 무관심 속에 선출되었음을 생각한다면 이번 국민의힘 대표경선이 받는 주목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대통령 후보 경선도 아니고 당원 70% 비중이 반영되는 최종 과정이 남아 있기에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만 보더라도 국민의힘에는 ‘대박’ 흥행이며 더 나아가 내년 대선에 제3세력의 존재 가능성을 사라지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이준석이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가? 필자는 이준석이라는 사람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저 가끔 듣는 팟캐스트나 TV 시사 프로에서 말하는 내용을 들으며 달변의 젊은 정치인이라는 인식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준석의 부상을 단순히 말솜씨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대신 민심을 이반시킨 현 정권의 태도와 성과와 이준석의 역량과 행적이 크게 대비되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이준석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당시 박근혜 비대위에 발탁되며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했다. 젊고 유능한 20대 엘리트와 노쇠하고 콘텐츠가 부족한 박근혜의 조합은 참으로 어색했다.
하지만 이준석은 한나라당을 선택하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보다는 긍정의 시각에서 보고 있음을 밝혔다.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보지 않고 지난 역사를 적폐로 간주하는 현 정부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현 모습은 어떠한가? 2020년 명목 국내총생산은 세계 10위다. 한국전쟁 이후 불과 60년 만에 이룬 성과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정부하에서 보수정당의 젊은 정치인에게 매력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준석이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힌 것은 정치가 아니라 방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 진영의 여러 상대와 때론 치열하게 때론 논리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갔다. 물론 이준석의 생각과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은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분명하고 당당하게 전달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상황은 다르지만 취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기자회견은 8회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대통령이 일반 정치인처럼 소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상이 미디어화돼버린 시대에 최고 지도자의 소통의 질과 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통령을 직접 보기 힘든 시기에 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의견을 말하고 대화가 통하는 정치인에 매력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준석은 잘 알려졌듯이 공부를 썩 잘했다. 카이스트에 입학했지만 중퇴하고 하버드대에 대통령 장학금으로 입학한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학력으로 보면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혜나 부모의 도움을 찾기 어렵다. 뛰어난 머리를 부모에게 받았을지는 몰라도 개인의 노력도 상당했음은 의심할 바 없다.
최근 ‘조국의 시간’을 발간하며 조국 전 법무장관이 다시 등장하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중이지만 조 전 장관 본인도, 송영길 대표도 자녀 입시 관련해 사과하였다. 정권 차원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이 정권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는 입시부정이다. 이와 대비되어 당당하게 학력을 쌓은 정치인에 매력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준석 신드롬이라 얘기한다. 늙고 노쇠한 대한민국 정치판에 대통령 피선거권도 없는 36세 0선 정치인이 보수계열 정당의 당대표 선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현상은 신드롬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신드롬의 절반은 본인의 노력과 결단일지 몰라도 나머지 절반은 현 정권이 만들어준 결과로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이준석 신드롬이 정치발전과 세대교체로 이어지려면 어부지리로 받은 관심을 자신과 정당의 성과로 보여주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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