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작년 군 조직의 양성평등 지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군들은 군의 최우선 개선과제로 성관련 불평등한 조직문화와 의식을 꼽았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작년 12월 ‘군 조직의 양성평등 지표 조사 및 분석 연구’ 자료를 내놨다. 2018년에 이어 나온 연구 결과다.
이는 작년 7~9월 육·해·공군·해병대와 국방부 직할부대 등 102개 부대, 9700여 명의 장병(여군 포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같은 해 11월 각 군 부대 주요 담당자가 모인 간담회 등을 통해 도출했다.
응답자 중 여군 장교 56.6%, 여군 부사관 53.9%가 ‘선진 강군을 위해 가장 개선해야 할 요소’로 ‘평등한 남여 조직문화와 의식 수준 향상’을 거론했다. 남군 부사관(47.6%), 병사(45%), 남군 장교(44.1%)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여군들은 군내 성폭력 예방을 위해선 ‘처벌 강화’, ‘예방교육 확대’, ‘지휘관 인식 제고’ 등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여군을 향한 성관련 비위사건 발생때마다 여러 이유로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음을 시사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연구에서는 여군 부사관들이 느끼는 군내 ‘이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피해 두려움 정도’가 2018년 연구 때보다 상승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군내 양성평등 교육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주요 부대 담당자들은 “여군이 근무하는 격오지 부대의 지휘관 및 부대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희롱·성폭력 피해 발생 때 지휘관, 상관, 동료 등 주변인의 대응 방식에 따라 피해자 노출, 2차 피해 등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련 등 관련 법규에 피해를 인지한 주변인의 피해자 보호 및 비밀보호 등의 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국방부의 성폭력 예방 활동 지침에도 이런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군 장교와 여군 부사관들도 성인지 소집교육과 성인지 교육 전문상담관의 수시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군 당국이 여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이를 막는 대비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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