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일본 주재 한국대사가 징용 피해자, 위안부 문제 합의 등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한일 간 현안과 관련해 일본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측에서 생각하는 해결방안이 12가지가 넘을 만큼 많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요구를 듣고 함께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간다면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사는 11일 자 아사히신문과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에 한국 정부가 일본 측 요구대로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관련 현안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제안을 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 같이 선택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한일청구권협정 등을 내세워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강 대사는 한국 측에만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일본 태도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측이 “이런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알려주면 한국 측에서도 ‘이것은 국내 피해자 설득이 어렵다’라거나 ‘이것은 실현할 수 있다’라든가 하는 의견 교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대화하게 되면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측이 고려하는 해결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12가지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사는 이어 “외교는 전쟁이 아니다. 한쪽의 100% 승리는 있을 수 없다”면서 “서로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기적으로도 내년 3월 한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 일본 관련 이슈가 부상하고 이에 따라 반일 감정 문제도 돌출할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 임기 때 양국 현안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사는 ‘부(負·짐이나 빚)의 유산’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만약 (문 대통령 임기 중에)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4, 5년 후에도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올 1월8일 임명장을 받을 때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만나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한국 측이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일본 측이 이에 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대법원의 이전 배상 인정 판결과 다르게 지난 7일 원고 청구를 각하한 것과 관련해선 “한국은 완전한 삼권분립이 이뤄져 있어 사법부 판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이번 판결은 판사가 자신의 양심과 법리에 따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양국 정부가 이 판결과 상관없이 외교적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해선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일본만 참석하는 기회이므로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두 정상이)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어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고, 그런 분위기를 볼 수 있는 것이 양국 국민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일본 정부가 “어른스럽게” 대응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현재 스가 총리는 한국이 징용 문제 등과 관련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문 대통령과 대화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 대사는 아울러 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서 일본 내에서 취소 여론이 일고 있지만 한국은 개최를 바라고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방한했던 점을 들어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때 방일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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