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법무부는 상속권 상실 제도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한 민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오는 18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번 민법 개정은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가 국민청원을 통해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른바 ‘구하라법’ 제정을 촉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고 구하라의 친모는 20여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딸인 고 구하라가 2019년 11월 사망한 이후 상속을 요구해 공분을 일으켰다.
‘구하라법’ 제정 청원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왔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고, 20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이 지난 2월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상속권 상실 제도 신설로,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이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에 대한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범죄 행위를 한 경우, 학대 또는 심각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나 법정상속인의 청구가 있어야 가능하다.
상속권을 잃으면 그 배우자나 다른 직계 비속이 대신 상속하는 ‘대습 상속’ 규정도 적용받지 못한다.
개정안은 ‘용서 제도’도 신설했다. 부모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다 해도 자녀가 용서하면 상속권을 계속 인정할 수 있게 했다.
법무부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해 공포·시행되면 가정 내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막고, 시대 변화에 따라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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