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 위한 일전을 준비해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사람이 높은 세상, 사람을 높이는 나라’라는 깃발을 내걸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6번째 공식 출마 선언이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경기 파주시 헤이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출마선언식을 열어 “대통령이 돼 촛불 시민에게 약속한 사회 대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출마선언식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출마선언식에서 ‘촛불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2016년) 저는 제1야당의 당대표로서 여러분과 함께 촛불광장에 있었다”면서 “이제 촛불 개혁 완수를 위해 민주정부 4기, 정권 재창출의 출발점에 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촛불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촛불 이야기 그만하자는 분들도 계신다. 입에 담기를 꺼려하시는 정치인들도 있다. 그러나 추미애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그 광장에서의 약속을 지키고 촛불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간직해 왔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은 ‘개혁 정치’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민주당은 다시 촛불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개혁의 정치로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개혁 정치의 대오를 갖추고 사회대개혁의 깃발을 들어 다시금 우리 모두의 심장을 뛰도록 만들자”고 했다. 이외에도 추 전 장관은 ‘신세대 평화론’, ‘구조화된 불공정의 근본적 개혁’, ‘인권에 반하는 모든 행정행위와 권력행사 철폐’, ‘더블 복지국가’, ‘획기적인 교육혁명’, ‘전략적 연대와 협력, 호혜주의에 기초한 세계질서를 추구’ 등을 내걸었다.
이날 추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이른바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의 중심에 섰던 그와 야권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벌어질 공방을 놓고도 관심이 쏠린다. 추 전 장관은 장관 임기 내내 윤 전 총장과의 극심한 갈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면서 강성 권리당원으로부터 큰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윤 전 총장과 징계 문제부터 검찰개혁, 인사안 등을 놓고 갈등과 대립을 반복해 왔으며, 장관 퇴임 후에도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목소리를 키워 왔다. 이로 인해 추 전 장관은 최근 이른바 ‘윤석열 대항마’ 이미지로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주목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추 전 장관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만큼, 본격적으로 윤 전 총장과의 ‘대결구도’ 띄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 유력후보와의 대결구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도 부각시키고, 여권 강성 지지층을 토대로 정치적 기반도 넓힐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추·윤’ 갈등이 재연될 경우, 자칫 윤 전 총장의 몸집만 더 크게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또 장관 재직 시절 추·윤 갈등 국면에서 형성된 ‘강성 이미지’로 인해 중도·보수층에 형성된 거부감을 극복하는 것도 추 전 장관에게 놓인 과제로 꼽힌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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