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 尹 관련 사건 서울중앙지검에 맡기는 방안 검토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정치권의 검증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에 윤 전 총장 관련 수사 4건과 공판 등이 집중되면서 가족·측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의 지휘에서 배제된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향후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 가족·측근 관련 수사·재판은 검찰에서 4건, 법원에서 2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에서는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의혹 사건’과 ‘코바나 콘텐츠 협찬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 6일 대검이 재수사를 최씨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은 형사4부에 배당됐다. 최씨는 2003년 사업가 정대택씨와 서울 송파구의 한 스포츠센터 채권 투자 이익금 53억원을 놓고 소송을 벌이다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불법 요양병원 개설 및 요양급여비 부정수급 혐의 사건’은 형사6부가 기소 후 공판까지 맡고 있다. 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을 가족 관련 의혹 사건 수사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내린지 한달 뒤 최씨를 불법으로 의료재단과 요양병원을 설립해 20억원대 부당 요양급여를 타낸 혐의로 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지난 2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됐다. 최씨는 2013년 4월 경기 성남시의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형사13부에서는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뇌물수사 사건 무마 의혹을 맡고 있다. 윤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2013년 육류 수입업자 등으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 이후 태국에서 체포돼 강제 송환됐지만 검찰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인사청문회에서 윤 검사장의 형인 윤 전 서장에게 당시 자신의 후배를 변호사로 소개해줬지만 청문회장에서 소개해주지 않았다고 해명해 거짓말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윤 전 서장 수사 관련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7차례 반려되고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한 결정을 두고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과 윤 검사장의 배경을 둔 ‘봐주기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윤 전 총장 측에서는 아내와 장모 관련 사건보다 윤 전 총장 현직 시절 발생한 사건이라 더욱 예민하게 검찰의 수사를 주시하고 있다. 최씨 관련 의혹은 윤 전 총장의 결혼 전에 발생한 사건이고 김씨 관련 의혹은 사업에 국한되지만 윤 전 서장 관련 내용은 윤 전 총장의 개인적인 인연이 작동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대윤’, 윤 검사장이 ‘소윤’으로 불릴 만큼 가까운 두 사람의 인연 못지않게 윤 전 총장과 윤 전 서장도 개인적으로 교류했을 정도로 친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의 지휘라인을 자율성과 책임성 차원에서 중앙지검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후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수사라인이 모두 교체됐지만 총장의 지휘를 여전히 배제한 배경에는 박 장관과 이정수 중앙지검장의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박 장관의 남강고 후배인 이 지검장은 직전에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일하면서 박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전 총장 가족과 측근 관련 의혹에 대해 “사법적으로 완전히 무결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 같다”며 다만 “검찰이 윤 전 총장을 의식해서 무리하게 수사를 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