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군 내 산재한 성폭력 피해 신고·고충처리체계를 민간에서 운영 중인 ‘모바일 앱’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9일 발표한 공군 성추행 피해 여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발표 자료에서 “군 내 산재한 성폭력 피해 신고·고충처리체계를 외부기관이 운영하는 모바일 앱 기반으로 통합·연계하는 등 성폭력을 비롯한 군 내 인권 침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합 신고체계는 현재 일부 공공기관에서 활용 중인 모바일 앱 ‘리슨투미’(Listen2me)가 거론되고 있다.<관련기사 본보 6월 16일자 25면>
군 관계자는 “현재 각 군별로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과 같은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모바일 앱 리슨투미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군 적용 가능 여부를 판단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관련한 체계를 갖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신고체계를 기존 ‘가해자’ 중심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바꾼 리슨투미는 같은 가해자에게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들끼리 익명으로 연대해 공동으로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피해 기록은 신고자와 가해자 신원 등이 암호화돼 서버에 저장되는데, 동일 가해자를 지목한 다른 피해 신고자가 발견되면 앱에서 자동으로 이전 신고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새로운 피해자와 함께 신고하는 것에 동의하는지를 묻기 위함인데, 이때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신고자가 누구이며,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비밀 연대는 피해자가 상습범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성폭력 신고에 따른 두려움을 덜게 한다.
리슨투미는 지난해 9월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특허 등록됐다. 현재 리슨투미를 도입한 곳은 한국조폐공사, 코스콤,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전KDN 등 6개 공공기관이다.
업체 관계자는 “리슨투미는 건물 곳곳에 비치된 소화기와 같다. 작은 화재를 신속히 진압해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발표에서 국방부 장관 직속의 ‘성폭력 예방 및 대응 전담 조직’ 신설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담 조직은 군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대응 및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도 맡게 되는데, 미국이 2005년 국방부 장관 산하로 설치해 운영하는 ‘성폭력 예방대응국’(SAPRO)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민관군 합동위원회에 이 전담 조직 설치 방안을 상정해 심도 있게 논의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SAPRO와 유사한 조직 필요성을 제기하자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서 (민관군)합동위원회에서 반드시 검토를 같이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APRO는 군 성범죄에 대한 기준 및 세부 전략을 제시하는 독립적 감독기구 성격을 가진다.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부대 지휘관에게 알리지 않고 사건을 처리한다. 성범죄 예방 교육과 피해자 법률 지원, 정신적 피해 지원 등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히 피해 발생 시점부터 최종 판결까지 전담해서 지원한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전문인력도 육성한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군사법원에 성범죄 전담 재판부를 두고, 성폭력 전문 수사팀 설치도 추진한다.
사단급 부대에 설치된 수사 조직을 개편, 육·해·공군총장 직속의 검찰단을 창설한다.
군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국선변호사 제도를 개선해 성범죄 피해자의 선택권과 만족도를 우선하도록 할 계획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