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즉각 출동해도 이미 사망 많아
10여년간 40명… ‘자살대교’ 오명
안전 난간 설치 대안 떠오르지만
운영사 “교량 하중에 무리” 난색

국내 최장 해상교량인 인천대교(총연장 18.38㎞·사진)에서 추락사가 잇따르고 있다. 2009년 10월 개통 이후 최근까지 40명 가까이가 투신하면서 ‘자살대교’란 오명까지 떠안았다. 투신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는 안전난간 설치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운영사인 인천대교㈜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인천대교 설계 당시 하중 등 제반 여건이 감안된 까닭에 난간을 설치하면 교량 자체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파트 30층 높이 떨어지면…
14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2시57분쯤 중구 운북동 인천대교 위에서 누군가 해상으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인천대교 상황실 근무자는 “대교 위에 승용차가 정차했는데 운전자가 없다”고 해경에 상황을 알렸다.
해경은 연안구조정 1척과 함정 2척을 투입해 당일 오후 3시6분쯤 인근 해상에서 5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소방당국에 인계돼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숨졌다. 해경 관계자는 “같이 타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죽음은 A씨만이 아니다. 올해 5∼7월 3개월간 모두 6건의 추락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29일에는 바다로 몸을 던진 60대 남성이 신고 접수 50분 만에 발견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같은 달 24일에도 20대가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앞서 8일에는 한 운전자가 해경에 구조돼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남편과 차를 타고 가던 50대 여성이 “바람을 쐬고 싶다”며 인천대교 위에서 내린 뒤 바다로 뛰어들어 사망했다. 갓길에 차량을 세운 뒤 바다로 뛰어들어 열흘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30대 남성도 있었다. 인천대교의 주탑 부근 도로는 30층 아파트와 비슷한 74m 높이다. 인천대교에서 떨어지면 즉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책 마련에 소극적 지적
인천대교는 고속국도다. 다만 바다를 건너는 구간은 민간자본투자사업으로 건설해 과거 자금을 조달한 인천대교㈜가 완공 후 30년 동안 운영권을 가진다. 교량과 관련된 일체 시설을 인천대교가 관리한다. 인천 관내에 있지만 인천시가 운영상 간섭 또는 강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인천시는 인천대교나 국토교통부 등에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협조만을 구할 수 있다.
현재 인천대교에서 차량이 정차하면 즉각 상황실에 비상벨이 울리고 순찰차 출동과 함께 인천해경에도 핫라인으로 연결된다. 지금까지의 사고 대부분은 모두 차량을 이용해 대교 한가운데에 내려 투신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신고가 즉시 이뤄져도 경찰 등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뛰어내려 숨진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18㎞가 넘는 전 구간에 안전난간을 높이는 것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인천대교는 서해 바다 위에 세워진 특수교량으로 평소에도 바람이 강하게 불고, 강풍이 심할 때는 양 방향 차량 통행이 모두 통제된다. 인천대교 측이 교량 하중에 무리가 가해질 수 있다며 투신방지 난간 설치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인천시 관계자는 “관계기관이 해마다 상·하반기 테이블에 앉아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작 뚜렷한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폐쇄회로(CC)TV 확대 설치 등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우리도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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