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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원정은 교회 권력 확장 위한 전쟁”

입력 : 2021-07-17 03:00:00 수정 : 2021-07-16 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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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암스트롱/정영목 옮김/교양인/3만4000원

신의 전쟁/카렌 암스트롱/정영목 옮김/교양인/3만4000원

 

“형제, 즉 동방의 기독교인을 무슬림의 압제와 억압으로부터 해방하라, 성지로 가서 예루살렘을 해방해야 한다.”

1095년 11월27일, 프랑스의 남부 클레르몽에서 열린 ‘평화 공의회’에서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샤를마뉴의 후예인 프랑크족에게 제1차 십자군 소집을 제안했다.

우르바누스는 성지 예루살렘을 되찾자고 신앙적으로 호소했지만, 사실 그의 꿍꿍이는 다른 데 있었다. 기독교 세계의 방어를 핑계로 당시 세를 넓혀가던 왕과 제후를 견제하는 한편, 교회 권력을 동방 세계로 확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왕과 기사 계급 역시 주판알을 튕기며 십자군에 가세했다. 이들은 전사로서의 명예욕, 소유지를 넓혀 부자가 되겠다는 경제적 욕심으로 원정에 응했다.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최근 한국어로 출간된 저서 ‘신의 전쟁(Fields of Blood)’에서 종교적 폭력의 상징이 된 십자군 원정은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교회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었다며 순수한 종교 전쟁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종교적 폭력으로 널리 알려진 ‘종교재판’ 역시 에스파냐의 페르난도, 이사벨 부부가 정치·경제적 이유에서 벌인 끔찍한 일이었고, 16~17세기의 종교전쟁도 너무나 정치적인 전쟁이었다고 분석한다.

암스트롱은 대신 주요 종교의 기원을 확인하고,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 종교에서 두드려졌던 폭력과 문명, 국가 간 관계를 꼼꼼하게 살핀다. 이를 통해 종교가 국가와 손을 맞잡으며 폭력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근대 이후 종교가 민족주의와 만나 빚어낸 폭력,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오해 등도 짚는다.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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