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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륙의 폭염 소식을 전하는 외신에 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지명이 종종 눈에 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데스밸리는 길이 약 220㎞, 너비 약 6∼25㎞에 달하는 거대한 협곡이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이름 그대로 사람이 견디기 힘든 극한의 기후 속에 메마른 황무지와 모래땅이 펼쳐져 있다. 1849년 서부로 이주하던 개척민들이 시에라 산맥을 우회하는 평지라고 판단해 이곳을 통과하다 죽을 고생을 한 후로 데스밸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데스밸리는 북미 대륙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건조하고, 가장 낮은 지역이다. 1913년 7월 13일 데스밸리의 기온은 섭씨 56.67도를 기록했다. 이는 1922년 사하라 사막에서 57.78도가 관측되기 전 지구상 최고 기온이었다. 1917년에는 43일 연속 48.89도를 넘기도 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국립기상청(NWS)이 측정한 데스밸리의 공식 기온은 54.4도였다. 1913년 이후 최고 기온이다. 또 데스밸리의 연평균 강우량은 5.08㎝ 이하에 불과하다. 1929년과 1953년에는 1년내내 단 한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이곳의 최저 지점인 배드 워터(Bad water)는 해수면보다 무려 85.5m나 낮다.

올해 데스밸리를 비롯한 북미 서부를 달군 폭염의 원인으로는 열돔(heat dome)이 지목된다. 열돔은 지상 10㎞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돼 그 아래 대기에 반원 모양의 거대한 열막이 형성되고, 뜨거운 공기를 그 안에 가둬놓는 현상이다. 고기압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하강 기류가 발생해 지상의 공기를 누르기 때문에 기온이 더 상승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열돔은 인위적인 기후변화의 산물이며, 온난화가 계속되면 5∼10년꼴로 폭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반도에도 오는 20일쯤이면 열돔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열돔으로 인해 폭염이 맹위를 떨쳤던 2018년 수준의 더위가 예고돼 걱정이 앞선다. 2018년엔 한반도에서 열돔이 형성돼 서울 최고 기온이 39.6도까지 치솟고, 전국 폭염 일수가 31.4일이나 됐다.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여름나기가 예년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겠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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