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 이재명 경기지사 무죄 이끌어
김 지사 측, 대법원 판단 앞두고 변호인단에
이광범 변호사, 이상훈 전 대법관 투입했으나
징역 2년 확정… 지사직 상실, 재수감 예정

변호사업계 최고의 드림팀으로 불리는 ‘이상훈·이광범’ 형제도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구하지는 못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 지사가 21일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원심의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김 지사는 앞으로 창원교도소에서 2년형 중 남은 기간만큼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그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77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형 집행을 마치고서는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내년 20대 대선은 물론이고 사면을 받지 않는 이상 2027년 3월 21대 대선에도 나가지 못한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16일 이재명 지사와 정반대의 운명이다.
이 지사는 2012년 6월 성남시장 재임 당시 보건소장과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하고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 없다’는 취지로 허위발언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됐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로 판단났다. 반면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로 엇갈렸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도지사 당선이 무효화하고 5년간 피선거권을 잃을 위기였다. 원심에서 벌금형이 100만원 넘는 300만원으로 나와 형이 확정되면 정치 생명에 치명상이다.

이 지사를 구한 건 이광범 변호사가 대표를 맡은 로펌 ‘LKB’의 변론팀이었다.
LKB는 현 정권 들어 가장 잘 나가는 로펌으로 불린다. 현 정권 들어 발생한 굵직한 사건은 LKB에서 많이 맡았다. 택시 기사 폭행 논란에 휩싸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LKB 출신이다.
LKB는 ‘이광범’의 약자다. 그는 광주일고·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대법원장 비서실장·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그에게는 늘 ‘대법관감’이라는 평이 따라 다녔다. 법조계에서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이 득세하던 시절에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보수 진영에서는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라는 경력을 들어 들어 대표적인 진보 법조인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그는 상당히 합리적인 성품이다. 깐깐한 법관이라기 보다 법 원칙과 일반 상식을 균형감 있게 판단한다는 평을 들었다.
이 지사의 정치적 생명이 달린 사건을 LKB 변론팀이 맡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이끌어냈다. LKB 소속 김종근 변호사의 주도 아래 이승엽·신재연 변호사 등이 △형 입원 의혹 △입원 관련 허위사실 유포 △검사 사칭 △대장동 홍보 4개 쟁점별로 집중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김경수 지사는 1심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직선거법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댓글 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지사 측은 2심에서 태평양 변호사 4명에 LKB 이광범 대표 변호사 등을 변호인단에 추가로 합류시켰다. LKB가 등판하면서 법조계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문재인정부 들어 대법원 구성이 진보 성향으로 바뀐 데다가 ‘강남의 김앤장’이라는 LKB가 맡았으니 결과가 주목될 만했다.
2심은 1심보다는 김 지사에게 유리하게 나왔다. 댓글 조작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난 것이다.
상고심은 말그대로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꾸려졌다. 태평양에 LKB에 김앤장의 이상훈 변호사까지 투입됐다.
이상훈 변호사는 사시 19회 출신으로 대법관까지 지냈다. 사시 23회인 이광범 변호사의 친형이기도 하다.
이광범 변호사는 2011년 2월 법원에 사표를 냈다. 당시 형 이상훈 법원행정처 차장이 대법관 후보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었다. 법조계에는 “형제가 함께 법원에 있지 않았다면 대법관까지 충분히 갔을 인물”이라고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댓글 조작 의혹’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던 더불어민주당이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여권의 고발이 결국 여권의 잠재적인 대권 후보의 정치적 생명에 부메랑이 된 셈이다.
얄궂은 운명이었으니 ‘이상훈·이광범 드림팀’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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