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국과수 전산시스템 실시간 연계로 상호검색
“수사재개는 DNA DB 효용성 증명”
2001년 8월 광주 북구에서 한 남성이 피해 여성(당시 29세)이 사는 집에 침입해 젓가락을 목에 들이대고 강간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당시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제로 남았다. 그러다 19년 가까이 지난 2020년 7월 수사기관이 이 사건 피의자로 A씨를 체포했다. 그즈음 ‘수형인 등’으로 분류돼 DNA 데이터베이스(DB)에 수록하고자 채취한 A씨의 DNA가 해당 미제사건 피해자의 신체에서 검출된 남성 DNA와 일치하는 걸로 확인되면서 피의자를 특정한 것이었다.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상 ‘수형인 등’은 DNA 감식 시료 채취 대상자로 불구속 후 징역·금고·치료감호 처분 등을 받은 실형 확정자와 벌금·집행유예·조건부 선고유예 등을 받은 수형인 외 형 확정자를 포함한다.
A씨 사건처럼, 새로 수록한 DNA와 기존에 범죄현장 등에서 채취돼 DB에 수록된 DNA가 일치해 수사를 재개한 경우가 지난해 200건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DNA법 시행 이후 10년여간 재개된 수사는 6000여건 수준이었다.
25일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리위원회의 ‘DNA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연례 운영보고서’에 따르면 DNA 일치로 수사를 재개한 경우는 지난해 195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A씨 처럼 수형인 등으로 분류돼 채취된 DNA의 일치 사례는 109건이었다. 이 밖에 ‘구속피의자 등’으로 분류돼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수사가 재개된 건은 86건이었다. DNA법상 ‘구속피의자 등’은 죄를 범해 구속된 피의자 또는 치료감호법에 따라 보호구속된 치료감호대상자를 가리킨다.
2010년 DNA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DNA 일치를 계기로 수사가 재개된 경우는 모두 6221건으로 집계됐다. 2011년(1228건)과 2012년(1210건)의 수사 재개 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데, 이는 법 시행 이전부터 축적돼 온 범죄현장 등의 데이터 중 과거 미제로 남은 사건의 범인 신원을 단기간에 다수 확인한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전체 수사 재개 사례를 사건 유형별로 보면 절도 사건이 4025건(64.7%)으로 가장 많았다. 실제 지난해 9월 야간침입 절도로 구속된 피의자 B씨의 DNA를 채취하면서, 7년 전인 2013년 3월 강원·충청권의 음식점과 상점을 침입해 현금을 훔친 절도사건 5건의 범인이 B씨임을 확인한 사례도 있었다. 절도 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사 재개 사건 유형은 996건(16.0%)인 성폭력이었다.
‘수형인 등’으로 분류돼 채취된 DNA와 범죄현장 등의 DNA 간 상호 검색은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간 전산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연계돼 이뤄지고 있다. ‘구속피의자 등’으로 분류돼 채취된 DNA와 범죄현장 등의 DNA 간 상호 검색은 국과수 전산시스템에 의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리위원회는 이런 과정을 거친 수사 재개 사례가 DNA DB 운영의 효용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DNA DB 이용 가치가 이렇게 충분한 만큼 DNA 수록 건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이 보고서에 수록됐다.
최성진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범죄자 DNA DB의 수록 건수가 인구 수 대비 5% 정도에 달하는 미국과 비교해 0.5%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범죄자 DNA 수록 건수 비율은 범죄수사와 범죄예방 측면에서 보다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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