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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양반이나 잘사는 사람들은 자식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며 아주 어릴 때부터 선생을 두어 글공부를 시키는데 이것은 이 민족이 매우 중시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읽습니다.” 1653년 한국에 표류해 와 13년간 머물렀던 네덜란드인 헨드리크 하멜이 ‘조선왕국기’에 남긴 기록이다. 한국의 사교육이 오랜 전통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교육비는 학부모들의 ‘등골브레이커’다. 노후자금 잔액을 텅 비게 하는 주범이다. 2019년 우리나라 초·중·고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이 21조원이고 1인당 월평균 액수가 32만원이 넘었다니 말해 무엇하랴. 학원·과외비로 월 수백만원을 쏟아붓는 부유층과 공교육에 의지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가는 대학은 다를 수밖에 없다. ‘흙수저’가 교육을 통해 ‘금수저’가 되는 길이 거의 막힌 건 국가의 비극이다. ‘유전유학 무전무학(有錢有學 無錢無學)’ 고착화의 폐해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수단이 된 호시절은 언제였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자’ 전두환 전 대통령 때였다. 그가 과외 금지와 내신+학력고사 위주의 대입제도를 도입한 건 교육혁명이었다. 공교육이 되살아났고 개천에서 난 용이 수두룩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1년 광복 이후 계층 간 사다리 이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과외 금지 기간에 중고교를 다닌 1961년생부터 85년생까지였다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사교육에 관한 한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중국 당국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영어·수학 등의 사교육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놨다. 취학 전 아동 대상의 온라인 수업이나 교과 관련 교육도 허용되지 않는다. 사교육이 가능한 건 체육과 문화예술 등 비교과 분야뿐이다. 사교육이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히자 칼을 빼든 것이다. 전두환의 과외 금지 조치와 판박이다. 12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사교육 시장이 치명타를 입었다. 사교육 관련 주가는 반 토막이 났지만 중국 학부모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줄어든 사교육비만큼 그들의 노후자금 주머니는 두둑해질 테니 말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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