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산길을 지나다 보면 선명한 노란색의 물레나물꽃을 만날 수 있다. 꽃잎이 선풍기 날개처럼 생겨서 우리에게 시원한 바람을 선물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섯 장의 꽃잎 끝이 한쪽으로 휘어서 활짝 핀 모양이 베를 짜는 물레바퀴와 같다고 하여 ‘물레나물’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물레나물이 속하는 하이퍼리쿰속의 식물은 서양에서 흔히 ‘세인트존스워트(성 요한의 풀)’라 부르는데, 예로부터 신비한 힘을 지닌 약초로 믿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성 요한의 날(6월 24일) 무렵에 황금빛으로 만발해 이름 붙여진 것으로도 여겨진다. ‘물레나물’은 우울 증상과 수면장애 등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해피 허브’라고도 불리며 치료제나 건강보조식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주요 유효성분 중의 하나인 히페리신은 우리 뇌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높여주는데 세로토닌은 기분, 식욕, 수면 등의 조절에 관여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물레나물은 습한 풀밭을 좋아하며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사각이며 아래쪽은 나무질로 되어 있고 연한 갈색을 띤다. 잎은 줄기를 감싸며 마주나는데 아래위 교대로 수직을 이루며 달린다. 물레나물 잎 표면에는 투명한 점이 있는 반면 고추나물의 잎에는 검은 점이 흩어져 있다. 잎의 이러한 점들은 물질을 배출하는 분비샘의 일종으로, 이 분비샘에서 초식 곤충이 꺼리는 물질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한다. 꽃봉오리 상태에서는 꽃잎이 겹쳐 말려 있다가 6월과 8월 사이에 붉은빛이 도는 노란색 꽃이 피는데 수술은 수가 많고 암술은 1개로 끝이 깊게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예쁘게 생긴 꽃이 선사하는 눈의 즐거움과 더불어 식물의 추출물이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마법을 걸어주기도 한다니 무척이나 귀하고 사랑스러운 여름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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