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신경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언사가 점차 거칠어지며 막말까지 주고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싸움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합당이 무산되거나, 합당이 되더라도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합당 실무협상은 4·7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부터 계속됐지만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이어 공은 양당 대표 간 담판으로 넘어갔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일대일 담판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휴가(8월 9∼13일) 전까지를 합당 시한으로 못 박으며 갈등이 격화됐다. 양측이 상대방을 합당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면 역지사지의 자세로 언어 사용에도 금도를 지켜야 한다.
이 대표는 안 대표가 자신을 일본군 전범에 빗댄 것과 관련해 어제 “국민의힘이 2차 대전 때 일본군 정도 된다는 것인가”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예스냐 노냐, 기냐 아니냐, 할 거냐 말 거냐 질문했더니 상대를 일본군 전범으로 연상했다는 것은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답변”이라고 직격했다. 앞서 안 대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영국군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낼 때 ‘예스까? 노까?(항복할래? 안 할래?)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이 대표가) 설마 그런 의도로 (말을) 했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측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로 작정한 듯 험구를 불사한다. ‘마이너스 통합’ ‘말장난’ ‘뜬구름’ ‘저주’ 등 거친 말들을 주고받았다.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철부지 애송이도 제압해야 한다”라는 말까지 했다. 권은희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일부 인사는 안 대표의 대선 독자 출마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한배를 탈 생각이라면 감정의 골이 너무 깊게 파이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
정당 대 정당의 합당은 고도의 정치력과 인내, 포용력 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합당 선언문까지 작성하고도 지분 배분을 놓고 다시 고성을 주고받을 정도로 합당은 지난한 작업이다. 두 야당 인사들 모두 야권이 분열되면 내년 대선 승리는 어렵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 않나. 힘의 우위에 있는 국민의힘이 약자를 너무 몰아치거나 인색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당도 과도한 피해의식은 금물이다. 양 당은 너무 자존심만을 내세우지 말고 적당한 명분을 찾아 서둘러 합당 신경전을 끝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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