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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말 5실점… 김경문호, 예고된 ‘도쿄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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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5 23:27:19 수정 : 2021-08-05 23: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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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패자 준결승서 2-7 완패
6회 투수 5명 쓰고도 대량 실점
결승 진출 좌절… 2연패 물거품
거포 부재·조상우 어깨에만 의존
7일 도미니카共과 동메달 다퉈
한국 야구 대표팀의 조상우(왼쪽)가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 6회말 타일러 오스틴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한국은 6회말에만 대거 5점을 내주며 맥없이 무너졌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어쩌면 시작부터 공허한 외침이었는지 모른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야구에서 2연패를 노리던 ‘김경문호’가 맥없이 침몰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5일 일본 카나가와현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에서 투타 동반 부진에 휩싸이며 미국에 2-7로 완패,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7일 정오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지난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9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던 이의리(KIA)는 이날도 5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5피안타 9탈삼진 1실점 역투로 마운드를 책임졌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이의리는 신인답지 않은 강심장을 뽐내며 제 몫을 다 해냈다.

문제는 이의리가 물러난 6회였다. 최원준(두산)이 등판하자마자 볼넷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좌완 차우찬(LG)이 올라와 좌타자 에릭 필리아를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끄는 듯 했다. 총력전을 위해 김경문 감독은 선발 요원 원태인(삼성)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원태인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2피안타 1볼넷을 내주고 강판됐다. 이후 김 감독의 선택은 이번 올림픽 4경기 5.2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불펜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조상우(키움).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연투를 한 탓일까. 조상우마저 안타 2개를 내주며 무너졌고, 어느덧 스코어는 1-7로 크게 벌어지며 패색이 짙어졌다. 6회에만 투수 5명이 등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감독은 4일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에서 4번 타자로 4타석 4삼진이라는 최악의 부진을 보인 포수 양의지(NC)를 빼는 등 타선에도 변화를 시도했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이날도 7안타를 쳐냈지만, 11-1 콜드게임을 거둔 2일 이스라엘전을 제외하면 내내 지적됐던 타선 응집력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올림픽 야구 대표팀은 출범 때부터 금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대표팀 구성 자체가 금메달을 노리기엔 다소 역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고된 참사란 얘기다. 그간 십년 이상 국제 대회에서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해줬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빠진 선발진을 원태인, 이의리(KIA), 고영표(KT) 등 신예급으로 채워야 했다. 이들이 극악의 부진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한 경기를 확실히 책임져줬다고 보기엔 다소 아쉬웠다.

타선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예전 대표팀에는 이승엽(은퇴)이나 이대호(롯데)처럼 위기 상황 때마다 홈런포 한 방으로 분위기 반전을 해줬던 거포가 있었다. 이번 대표팀도 타선은 KBO리그에서 검증된 타자들로 꾸리긴 했지만, 확실한 거포라고 부를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최정(SK)이나 김재환(두산), 나성범(NC) 등 한방을 갖춘 타자들의 부재가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천재 타자’라 불리는 강백호(KT)나 이정후(키움)는 몇몇 타석에서 천재성을 드러내긴 했으나, 대회 전체를 이끌고 나가기엔 중량감면에서나 경험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불펜 요원으로 거듭난 강재민(한화)을 끝끝내 뽑지 않았고, 대회 내내 조상우에게만 의존해야 했던 불펜진 운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야구 대표팀이 올림픽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깨에 부담감을 짊어져야 했던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6월 NC와 두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NC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방역지침을 어기고 술자리를 즐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KBO리그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과 키움과 한화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도 드러나면서 프로야구 자체가 팬들로부터 외면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야구 대표팀은 등돌린 팬심과 여론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껴야 했다.

결국 이번 ‘도쿄 참사’는 KBO리그와 한국 야구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논란과 그간의 국제대회에서 거둔 호성적으로 인한 현실성 떨어지는 목표 등이 겹쳐져 만들어진 예고된 실패였던 셈이다.


요코하마=남정훈,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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