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동의기준 못 채운 청원 선정해 처음 직접 답변
난임시술 지원·자궁경부암 백신 대상 확대 등 약속
2022년까지 모든 정부기관에 청원 시스템 도입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4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직접 답변에 나섰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국민청원 게시판에 작성된 누적 청원 글 수는 104만5810건에 달했다. 누적 방문자 수는 4억7594명, 누적 동의자 수는 2억932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 직접 답변… 난임 치료 확대 등 핵심 정책 선정
문 대통령은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이 된 19일 영상을 통해 처음으로 직접 국민청원에 답변했다. 문 대통령이 올린 영상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256번째 답변 영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올린 영상에서 의료비 지원 관련 청원과 보건소 간호 인력 지원, 필수업무 종사자 처우 개선 등에 대해 답했다. 이들 청원은 답변 기준인 동의 인원 20만명을 넘기지 못했지만 문 대통령은 “동의 수가 적다고 해서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20만 명 이상 동의를 못 얻어 정부가 공식적으로 답변하지 않은 청원 중에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에 대해 답변드린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문 대통령은 ‘문재인 케어’의 대표 정책인 난임치료 지원을 기존보다 2회 추가하는 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난임 부부에게 힘을 주세요’ 등 난임치료 지원 관련 619건 청원에 대해 “난임치료를 위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청원이 많았는데 공감한다”며 “올해 4분기부터 난임치료 여성이 추가로 두 번의 시술을 더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만 44세 이하 여성에 대해서는 시술 횟수에 따라 50%까지 적용되던 본인 부담률을 일률적으로 30%로 낮추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이에 따라 올 4분기부터 신선배아는 기존 7회에서 9회, 동결배아는 5회에서 7회로 지원 횟수가 늘어나고 만44세 이하 여성에 대해 횟수에 따라 30%~50%로 적용됐던 본인 부담률은 30%로 통일된다.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 대상도 만12세 이하에서 만17세 이하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궁경부암 주사 가다실 9가의 금액 인상 반대와 보험료 적용을 요청합니다’ 등 자궁경부암 백신 지원 관련 청원 48건에 대해 “자궁경부암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지만, 최대 60만 원이 드는 비용 때문에 예방 접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궁경부암의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을 만12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서 만17세 이하로 넓혀 여성 청소년 모두가 무료 예방 접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18세부터 26세 여성에 대해서는, 저소득층부터 무료로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점차 대상을 넓혀 가겠다”고 전했다.
택배·환경미화원·콜센터·돌봄종사자 등 필수노동자 관련 청원 235건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보건소 간호사들이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등 청원과 관련해 “보건소 간호 인력을 올해 상반기 1273명 충원했고, 이번 달에 2353명의 감염병 대응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간호 인력을 확충하고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 노력도 병행해 간호 인력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대면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돌봄종사자, 환경미화원, 택배·콜센터·방문 서비스 종사자 등에 대해서는 “코로나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있고 근로 환경 개선, 휴식시간과 휴식 장소 보장 등 다방면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택배 기사들에게 과로방지를 위해 분류작업 제외, 작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지난달부터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로 확대된 바 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돌봄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및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사회서비스원법’에 대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한다”며 “필수업무 종사자에 대한 보호 대책은 이제 첫발을 뗀 것이다. 현장의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4년간 청원 104만 건… 실제 법·제도 개정으로도 이어져
국민청원 게시판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이던 지난 2017년 8월19일 개설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3일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725건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33만55명이었으며, 하루 평균 동의자 수는 14만5162명에 달했다.
답변 기준인 국민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은 글은 4년간 모두 25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교통사고·성범죄·강력범죄 등 사건·사고의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진상규명 요구 관련 청원이 121건으로 가장 많은 동의를 받았으며,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은 전체 청원 글의 47%를 차지했다.
국민청원이 실제 법이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역대 최다 동의 인원을 기록한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관련 청원 글은 ‘n번방 방지법’ 개정, 주요 피의자 신상공개 등 디지털 성범죄와 아동 대상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변화로 이어졌다. 2020년 3월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한 달 동안 270만여 명의 청원인으로부터 동의를 받아 최다 동의 청원이 됐다. n번방 처벌 관련 청원은 유사 청원 동의 수까지 합하면 744만명에 달한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 청원은 ‘윤창호법’ 제정으로 이어졌고 심신 미약 감형의무조항을 폐지한 ‘김성수법’,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민식이법’도 국민청원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아동학대 관련 국민청원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인력 충원, 학대 아동 즉각분리 제도 시행, 학대피해아동 보호시설 확충 등의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폭언 보호 대상 경비원으로 확대, 동물보호법 강화, 권역외상센터 확충, 일본산 수산물 검사 강화, 체육계 폭력 근절 대책 등 많은 사회적 논의가 국민청원으로부터 이뤄졌다.
정부는 2022년 말까지 모든 정부기관에 온라인 청원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답변 영상에서 “해결을 못 해주더라도 국민이 어디든 호소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국민과의 소통이란 측면에서 ‘국민청원’은 우리 정부의 상징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청원에 늘 귀 기울이고 국민과 성심껏 소통하겠다. 무엇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국정에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 끝까지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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