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戰 후 3연승 역전 드라마…예선 포함 파죽의 9연승
“동해 바다 건너서” 한국어 교가 다시 전국에 두 번 울려
박경수 교장 “선전한 선수들에게 1만평 구장 마련 희망”
고마키 감독 “한때 ‘여기 까진가’ 스쳐…정신력으로 승리”

재일 한국계 교토(京都)국제고가 처음 출전한 꿈의 무대, 여름 고시엔(甲子園)에서 다시 극적 역전승으로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교토국제고는 26일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 한신(阪神)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3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8강 전에서 후쿠이(福井)현 대표 쓰루가 게히(敦賀氣比)고를 9회말 역전 끝내기 안타로 3대 2로 누르고 대망의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후공(後攻)에 나선 교토국제고는 8회초 먼저 2점을 내줬으나 8회말 곧바로 2점을 뽑아 2대2 동점을 만든 뒤 9회말 1사 2루 찬스를 놓치지 않고 결승 적시타로 3대2 극적 역전승을 거뒀다.
앞서 19일 군마(群馬)현 대표 마에바시이쿠에이(前橋育英)고(1대 0), 24일 도쿄 대표 니쇼가쿠샤(二松學舍)대 부속고(6대 4)에 이어 이번엔 쓰루가 게히고를 4강 제물로 삼았다. 모두 강호로 꼽히는 팀이다. 교토국제고는 이번 본선에 출전하기 위해 예선 토너먼트에서 6승을 올려 파죽의 9연승으로 베스트 4에 올랐다.

교토국제고의 승리로 여름 고시엔에서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두 번 울려 퍼졌다.
봄·여름 고시엔에서는 대회 전통에 따라 경기초 시합하는 두 팀 교가를 제창한 뒤 경기 종료 후 승리 팀의 교가를 다시 한 번 부른다. NHK를 통해 한국어 교가는 전국에 두 차례 생중계됐다. NHK는 교가 방송에 앞서 “교토국제고 교가는 한국어”라고 설명했다. 이번 본선 무대에서만 한국어 교가가 6번 울렸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재일동포 사회에 한국어 교가를 통해 기쁨을 선물하게 돼 더없이 기쁘다”며 “고국에서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모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 누구도 교토국제고가 여기까지 오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다”며 “혼연일체가 돼 일본의 정상이 되겠다는 선수와 감독을 박수로 응원한다”고 했다.
박 교장은 향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연습해온 학생들을 지원할 계획도 밝혔다. “지금껏 공간이 부족한 운동장에서 지내왔다”면서 “경영진과 협력해 1만평 규모의 야구장을 마련해주고 싶다. 경비는 5억엔 정도가 필요한 듯하다. 학생들의 선전으로 숙제가 된 듯하다”고 했다.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였다. 8회에 집중력이 떨어져 실점을 해버려 ‘아 여기까지인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며 “이후 주장을 중심으로 팀을 정비해 정신 차리고 정신력으로 이겼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예선전을 포함해 3603개 고교가 도전한 여름 고시엔 본선 무대에 처음 진출해 전국 4강에 우뚝 선 것이다. 지난 3월 일본 야구 역사상 외국계 고교로는 처음으로 제93회 선발(選拔)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본선 무대를 밟은 뒤 1차전 승리 후 16강에 올랐다.
1947년 개교,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는 지난 3월 외국계 학교로는 처음으로 봄 고시엔 무대를 밟은 데 이어 다시 여름 고시엔 무대에 처음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름 고시엔은 일본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을 대표하는 49개 팀(도쿄와 홋카이도는 2개팀)이 출전해 자웅을 겨루는 일본 청소년 야구의 최고봉이다. 각 지역 대회에서 녹다운 토너먼트로 우승한 팀이 출장했다. 준결승전은 28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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