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항의했다 中 활동 접을라”… 韓 기획사들 속앓이만

입력 : 2021-09-07 18:25:04 수정 : 2021-09-09 14:29: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문화교류의 해에 더 세진 中 ‘한한령’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 맞아
다양한 교류 사업 약속 불구
中 ‘무질서한 팬덤’ 사회악 규정
韓 연예인 원인 지목 K팝 규제
왕이 내주 방한… 관계 진전 미지수

더 세진 中 한한령

BTS RM·제이홉, 아이유, 태연…
디지털 음원·싱글 구매 제한
영화·방송서는 퇴출된 지 오래
게임업체 中 유통사서만 서비스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국기 게양대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사회악으로 규정한 ‘무질서한 팬덤’의 원흉을 한국 연예인으로 보고 K팝에 대한 영향력 줄이기에 나섰다. 양국은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했지만 중국은 ‘한한령(한류제한령)’ 해제는 고사하고 한국 문화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이 국내 ‘반중’ 정서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연예인 ‘팬클럽’ 문화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중국 팬클럽 문화가 발전한 것으로, 연예계 정화 캠페인에서 중국 아이돌 팬클럽의 기원인 한국 연예인들이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분배를 강화하는 ‘공동부유’를 내세우고 있다. 시 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통한 사상 통제를 강조하며 대중문화계에서도 ‘홍색 정풍운동’에 나섰다. 미성년자가 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과 팬들의 유료 투표, 연예인 인기 차트 발표 등을 금지하는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이 지난달 말 발표됐다.

 

중국은 한국 연예인들을 중국의 ‘무질서한 팬덤’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적하며 한국 연예산업에 타격을 줘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신문은 “누가 ‘오빠(oppa)’를 위해 더 많이 모았느냐를 두고 경쟁한다”는 BTS 중국인 팬과의 인터뷰를 소개한 뒤 한국 기획사들은 더 많은 앨범, 아이돌 테마 기념품, 아이돌 후원 상품을 팔기 위해 중국 팬 그룹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꺼내든 것이 팬클럽 계정 정지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거금을 모아 지민의 사진으로 뒤덮은 항공기를 띄우자 지난 5일부터 계정을 60일간 정지했다. 이어 BTS의 RM·제이홉·진과 블랙핑크의 리사·로제, 아이유, 엑소(EXO), 태연 등 한국 연예인 팬 계정 21개가 추가로 30일간 정지됐다.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인 텐센트 QQ뮤직은 디지털 앨범이나 싱글을 계정당 1장씩만 살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연예기획사들은 직접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 현지 팬들이 만들어 운영 중인 팬클럽 계정 정지를 중국 정부에 정식으로 항의하면 중국 내 활동이 전부 막힐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은 내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올해와 내년을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다양한 문화교류 사업을 벌일 것을 약속했다. 왕 부장은 지난달 열린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식 첫 전체회의 축사에서 “중·한 우호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과 민심에 부응하므로 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며 “올해와 내년은 ‘중·한 문화교류의 해’로 양국 정부와 국민에게 만족할 만한 해답을 제공할 것을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왕 부장이 말한 ‘만족할 만한 해답’이 자국 내 ‘한국 문화 죽이기’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2016년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일방적 보복 조치 ‘한한령’이 전혀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억지논리로 한국 연예인 팬클럽 활동마저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개봉이나 연예인의 방송, 영화 출연은 사라진 지 오래다. 2017년 중국 영화관에서 개봉할 계획이었던 엑소의 세훈이 출연한 ‘캣맨’은 사드 사태로 상영이 미뤄졌다가 지난 3월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개봉일을 앞두고 영화 예매 앱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중국 자본이 투입된 엄연한 중국 영화이지만 한국 배우 주연이라는 이유로 개봉을 못한 것이다. 결국 영화관 개봉을 포기하고 지난 5월 중국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 등에 공개됐지만 개봉 후 몇 시간 만에 중단됐다. ‘아이치이’의 한국 드라마 코너를 보면 5년 전에 나온 ‘태양의 후예’(2016)가 최신작이다.

 

게임업체들은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가 나오지 않아 엄청난 매출 손해를 봤다. 국내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텐센트 등 중국 내 대형 게임 퍼블리셔(유통사)에 판권을 넘겨 겨우 서비스를 하는 실정이다. 최근에서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과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3년여 만에 겨우 판호를 받았지만 여전히 한국 게임에만 유독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연합뉴스

중국의 한국 문화 규제가 심화하는 분위기에서 오는 14일 왕 부장의 방한이 양국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국 내에서 한한령 완화 등 우호 제스처를 취하기는커녕 되레 한국 문화 차단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중국이 필요할 때만 한국을 찾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자국 ‘잇속’만 챙기려는 행위로만 비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한국을 찾는 왕 부장은 정의용 외교장관과의 만남에서 한·중 관계 강화 방안과 국제 정세를 논의함은 물론 문화 부문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왕 부장은 방한을 통해 한·미동맹 네트워크 재작동 견제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당국이 중국의 협조 요청을 일부 수용하면서 한한령 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김건호, 이복진, 김범수 기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민주 '청순 매력'
  • 김민주 '청순 매력'
  • 노윤서 '상큼한 미소'
  • 빌리 츠키 '과즙미 폭발'
  • 임지연 '시크한 가을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