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일수록 면역력 떨어져 발병 잦아
동통·감각 이상후 4∼5일 뒤 피부 발진
신경세포 손상으로 만성 통증 발전
60세 이상선 2명 중 1명 후유증 커
완벽한 치료법 없어 예방접종이 최선
노령층에서 자주 나타나는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 Varicella-zoster virus)가 원인인 질환이다.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던 사람이 성인이 된 이후 면역이 악화할 때 재발하는 질병이다.
과거에 수두에 걸린 경험이 없다고 안심할 순 없다. 증상이 약하게 지나가 인지를 하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20세 이상 성인 수두 환자도 전체 5% 내외를 차지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성인이 된 이후에 수두, 대상포진이 차례로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어릴 때 수두바이러스 재활성화
흔히 소아에서 한번 걸린 질병은 이후 항체가 형성돼 동일 질병에 잘 걸리지 않고, 걸린다고 하더라도 가볍게 앓고 넘어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두·대상포진의 경우는 다르다. 바이러스가 한 번 몸안에 침투한 후에 신경절에서 잠복해 있다가 언제든 재발한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침입한 후 혈액에서 증식해 전신에 바이러스혈증을 일으키고 면역반응과 염증반응을 일으켜 피부발진 등이 나타난다”며 “대상포진은 이 바이러스가 피부와 점막에 인접한 감각신경 말단으로 침범해 신경절까지 이동해 평생 동안 잠복해있다가 다시 활성화하면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활성화의 위험요인은 면역저하, 스트레스, 방사선 조사, 종양, 국소적 외상 등이 있다. 특히 고령일수록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특이 세포면역이 감소해 대상포진의 빈도수가 증가한다.
대상포진은 피부발진이 침범한 신경을 따라 몸의 한쪽으로 중앙을 넘지 않고 띠 모양으로 붉은 반점과 구진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발진이 12∼24시간 내에 수포로 이어지면서 심한 통증이 동반되면 대상포진을 의심할 수 있다. 대상포진 전구증상인 동통, 압통, 감각이상 등이 나타난 후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까지는 평균 4∼5일이 걸린다.
피부 발진이 시작된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피부병변의 치유를 촉진하고 급성 통증의 기간을 줄일 수 있다.
◆72시간내 항바이러스 투여 중요
문제는 대상포진이 며칠간의 통증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발진, 수포 등 피부 병변이 모두 호전되고도 통증이 지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남은 것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세포 손상으로 작은 자극에도 칼로 찌르거나 얼굴에 번개가 치는 것 같은 통증과 피부 감각저하 등이 나타난다. 만성적인 통증에 따른 피로와 우울증, 수면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후유증은 대상포진 환자의 9∼34%에서 나타난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층은 2명 중 1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환자의 70%는 1년 내에 호전을 보이지만 드물게 수십년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영국에서 2만5000명의 대상포진 환자를 연구한 결과 평균 지속기간은 약 9개월이었다.
김범준 교수는 “현재까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한번에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사용되고 있는 약물 또한 가바펜틴, 프리가발린, TCA계 항우울제나 마약성 진통제 등 신경통에 있어서 고식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약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최근 병변 부위에 따라 경막외 차단술, 팔신경얼기 차단 등의 신경차단술과 교감신경차단술을 통한 침습적 시술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효과에 대한 대규모 비교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2013년 70세를 대상으로 국가필수예방접종을 도입한 뒤, 70대 대상포진 발병률이 33% 감소했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대해서는 70∼80%의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김 교수는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바이러스 특이 세포면역이 증강된다. 즉,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 세포면역을 백신이 증강시켜 발병빈도와 발병시 강도를 줄일 수 있다”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대한 뾰족한 묘책이 될 수 있는 치료법이 아직까지 없는 만큼, 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및 진통제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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