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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주고 법망 피해도 속수무책… 고통은 고스란히 양육자에게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1-10-16 11:00:00 수정 : 2021-10-16 10: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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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출국금지, 예외 조항 등 많아 실효성 논란

출국금지 기간 고작 6개월 제한
운전면허 정지·신상공개 조치도
효과 미지수… 제도 개선 필요성
양육비 피해자의 모임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를 비공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것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차례의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은 없다)와 ‘이사불명’ 그리고 ‘수취인불명’까지….

B씨와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A씨는 보란 듯 법원의 공시송달을 피해 빠져나가는 전 배우자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 양육비로 매달 40만원을 지급하라고 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졌지만, 계속된 송달 거부도 모자라 다른 이의 카드를 쓰며 법망을 이리저리 피하는 상대방의 뻔뻔함에 그는 답답함을 호소하며 가슴을 치기도 했다.

A씨는 조만간 여성가족부에 출국금지 등의 조치를 신청할 계획이다. 법원 명령에 따라 감치(구치소 등에 구속)되고 나서도 B씨가 여전히 양육비를 주지 않은 데 따른 대응이다. A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정당하게 양육비를 받아 아이들을 키우고자 했는데, 어째서 자신이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두 아버지의 ‘출국금지’ 조치…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시행 후 첫 사례

B씨를 상대로 한 A씨의 강경 대응 결심은 법무부가 지난 11일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틴 두 아버지에게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것과도 무관치 않다. 앞서 여가부가 이달 초 이들의 출국금지를 결정한 뒤 빠르게 이어진 법무부의 후속 조치였다. 특히 이번 사례는 지난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개정안 시행 후 처음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라는 점에서 시선이 쏠렸다.

여가부에 따르면 법원의 감치명령 결정에도 이들 두 아버지가 주지 않은 양육비는 각각 1억1720만원과 1억2560만원에 달한다. 통상 법원에서 매달 50만원 내외의 양육비 판결이 내려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15년이 훨씬 넘게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양육비이행법 시행령은 출국금지 조치 대상 비양육자 조건 중 하나로 미지급 액수가 모두 5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가사소송법 제68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그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30일 내에서 감치를 명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양육비이행법은 이를 받아 ‘여성가족부는 법원의 감치명령 결정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의 출국금지 등 요청을 법무부에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양육비해결총연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를 비공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전히 곳곳 허점… “아동학대 관점에서 양육비 미이행 보지 않았다” 지적

여가부와 법무부를 거쳐 A씨의 바람처럼 B씨에게 출국금지나 운전면허 정지, 신상 공개 등의 조치가 이뤄져도 양육비 지급을 보장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국금지 기한은 6개월에 그치는 데다 관련 법령이 운전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이의 생계유지 곤란을 고려해 면허정지에서 예외로 삼고 있다. 신상 공개조차 사진 없이 이름과 나이 그리고 주소 등만 밝히는 데 불과하다. 실효성이 떨어져 도리어 기대하고 있던 양육권자만 고통에 다시 몰아넣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페이지에서 양육비 채무자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해온 ‘배드파더스’의 구본창 대표도 “매달 받아야 하는 양육비가 3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미지급 기간을 15년은 채워야 출국금지 신청 조건인 5000만원을 충족하게 된다”며 “이러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양육가정이 국내에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개정안 시행에 따라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 공개가 이달 말부터 이뤄짐에 따라 홈페이지 운영을 끝내게 된 구 대표는 “얼굴 없이 이름과 주소 등만 밝히는 여가부의 결정은 효과가 전혀 없다”며 “양육비 지급을 압박하는 게 원래 취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의 이영 대표도 “운전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직군의 대상자는 면허정지에서 제외한다”며 “운전업에 종사하는 비양육자의 자녀는 양육비를 받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고 비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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