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로써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물가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14일 배달당 82.2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0월4일 84.44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달러가 아닌 원화로 환산했을 때 느껴지는 유가는 더욱 높아진다. 통상 국제유가의 강세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약세를 의미하고, 이는 곧 원화의 강세로 연결됐던 과거의 일반적인 공식이 이번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가가 올라가도 원화가 강세를 띠면 상대적으로 고유가를 덜 체감하지만, 유가가 오른 가운데 원화마저 약세로 가면 고유가 여파를 할증해서 받는 구조다.
최근 들어 종가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가장 높았던 날은 지난 12일로 원화 가치는 달러 당 1198.8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종가기준으로 82.07달러였음을 고려하면 배럴당 가격이 원화로 9만8385원까지 오른 것이다. 두바이유 최근 고점이었던 2018년 10월4일의 원·달러 환율 종가는 1129.9원이었다.
유가와 환율이 동반 급등하는 이처럼 이례적인 상황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는 경기 회복과 석유 수요 증가 등 여파로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도 치솟고 있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물가상승률을 0.1%까지 끌어내렸던 통신요금 지원 효과가 사라지면서 올해 10월 물가는 대폭 오를 수밖에 없는 데다 유가와 환율 등 외생변수의 영향이 더해지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지난주 후반 1700원을 넘어서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유류세 인하를 통해 체감 유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정부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넘어섰던 2008년 유가환급금·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당시 유류세를 인하하기도 했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던 2018년~2019년에도 유류세를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유류세 인하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유류세 인하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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