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여성보다 ‘사회적 고립감’에 노출 확률 44% 높아”
“남성, 여성보다 친구·가족관계 미약한 것이 원인 중 하나”
“여성, 남성보다 ‘외로움’으로 고통받을 확률 51%나 높아”
“배우자 사별·이혼·교육수준·재정·건강 상태 등 주요 요인”
“해당 사안, 극단적 선택까지 악화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
“사회적 고립·외로움 해결 위해 적극 노력해야 문제 해소”
우리나라의 남성은 ‘사회적 고립감’에, 여성은 외로움에 더 취약하다는 국내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현상은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으며, 두 상황 모두 우울증이나 사회적인 불안감은 물론 심하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28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팀이 국내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74세 이하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을 대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연구 대상자 중 사회적 고립감을 호소한 이들은 모두 295명(17.8%)이었고,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63명(4.1%)이었다.
연구팀은 연구 집단이 대표성을 띠도록 전국 시·군·구 지역을 나눠 연구 대상자를 모집했다. 또한 성별과 나이, 결혼, 교육, 소득수준, 종교활동, 건강상태 등도 고루 반영했다.
이들의 특징을 사회인구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남성은 사회적 고립감에 노출될 위험이 여성보다 44% 더 높았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친구나 가족 관계가 미약한 게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다.
세대 간 특징도 눈에 띄었다. 30세 이상 44세 이하 연령대에서는 사회적 고립감을 답한 비율은 전체 295명 중 101명(34.1%)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45~59세(30.7%)가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청·장년층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더 깊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희망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그나마 유지 중인 인간관계도 일과 관련된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기대를 충족하기 더욱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령대에서는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립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함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외로움에 시달릴 위험은 여성이 남성보다 51% 더 높았다. 세대별로도 고령층이 청·장년층보다 외로움에 더 취약했다. 주요 요인으로는 배우자 사별, 이혼, 별거, 교육 수준, 재정 상태, 스스로 평가한 건강 상태 등이 외로움을 증가시켰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개인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며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 모두 우울감, 사회적 불안감은 물론 자살 생각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팀의 조사 결과, 사회적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호소한 사람의 대부분이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평가했다. 외로움을 호소한 응답자의 52.4%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외롭지 않다고 한 응답자의 5배가 넘었다.
그는 “비대면이 일상화됐지만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감 같은 감정적 취약점은 온라인 만남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며 “자기 주변을 돌아보면서 관계를 돈독히 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삶이 풍요로워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정신과 조사(Psychiatry Investigation)’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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