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생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최모씨 사건 대응·변호 문건은 검찰 내부 비밀 정보를 이용해 최씨가 연루된 사건들에 대한 법리를 검토한 문건들이다. 문건 작성 자체도 위법 소지가 있지만, 이 문건들이 내부 보고에 활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검 담장을 넘어 최씨 측에게 전달됐다면 사안의 심각성은 훨씬 엄중해진다. 당시 최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대검이 사실상 일선 검찰청 수사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31일 공수처가 지난해 3월 대검이 생산한 최씨 관련 문건 중 최씨 측에게 흘러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문서는 ‘장모 사건 변호 문건’(2차 문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문건은 최씨가 연루된 4가지 사건에 대해 수사 및 재판 정보를 요약한 ‘장모 사건 대응 문건’(1차 문건)을 기반으로 ‘도촌동 부동산’ 사건을 중심으로 생산된 문건이다. 1차 문건이 검찰 고유 양식으로 만들어진 대내용이라면, 2차 문건은 일반 문서 양식으로 풀어 쓴 대외용 문서로 추정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인인 최씨 측에 문건을 유출한 검찰 관계자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비밀 문건에는 최씨와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문제로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안모씨의 수사·재판 정보 등이 나열됐다. 안씨가 2018년 9월 수표를 위조해 징역 4월을 선고받았다는 내용 등이다. 이 정보들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 등 검찰 내부망을 확인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공무상 비밀이다.
대검 소속 검사 등 관계자들이 이 비밀 문서들을 검찰 외부로 유통시켰다면 개인정보를 상대방 동의 없이 유출한 게 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동시에 공무상비밀을 외부에 알린 행위가 되기도 한다. 형법 제172조는 공무원이 직무상의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유출자 외에도 문건을 생산하거나 생산하도록 지시한 검찰 고위 간부가 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윤 전 총장 장모 최씨 사건을 대응 및 변호하기 위한 문건을 만들거나 이를 외부에 유출하는 것은 검찰의 의무가 아니다. 따라서 ‘장모 사건 대응·변호 문건’을 작성하고 활용하도록 지시했다면 대검 간부가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적으로 행사해 검찰 직원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셈이 된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공수처는 해당 비밀 문건들을 생산한 대검 조직이 어딘지, 누구의 지시로 문건을 생산하고 사용했는지를 수사의 초점으로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장모 사건 대응 문건’에 등장하는 판결문을 열람한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은 특정된 상태다.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에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포함한 5명의 검사가 근무했다.
다른 대검 부서 관계자나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비유되는 총장 직속기구로 윤 전 총장에게 수사정보를 직접 보고하고 지시받는 부서였다. 만약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 전 총장이 당시 장모 최씨를 위해 대응 및 변호 문건을 만들거나 활용하도록 지시하거나 관련 사항을 보고받았다면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 측은 문건과 관련해 “검찰총장 시절 어떤 위법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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