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앞두고 방역 대폭 완화
청소년·고령층 감염확산 가능성
전문가 “개인방역 중요해져” 강조
주말 이태원 오후 4시부터 꽉찬 라운지펍
“코로나 이전보다 사람 많아”
술병 들고 배회하는 외국인
곳곳에서 노마스크 분장족
단속팀도 인파에 밀려 진땀
방역수칙 위반 272명 적발
기대와 우려 속에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된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추이가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계절적으로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가 겹치면서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크다. 마스크 착용과 환기 등 개개인이 방역수칙에 소홀해지면 앞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일부 국가들이 겪었던 확진자 급증을 맞이할 수 있다.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61명이다. 나흘 연속 2000명대를 기록했다. 감소하던 주간 국내 일평균 확진자 발생도 반등했다. 10월3∼9일 1960.7명에서 17∼23일 1338.9명까지 떨어졌으나 24∼29일 1716.4명으로 다시 상승하는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중이용시설 24시간 영업, 사적모임 10∼12명 확대 등 방역이 대폭 완화되면 확진자 급증 가능성이 커진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9일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성인 가운데 백신 미접종자가 500만명 이상 남아 있고, 60대 이상 고령층과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다”며 “동절기에 접어들며 실내 전파가 확산하는 데다 연말연시까지 앞두고 있어 각종 회식과 모임도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신 접종자보다 감염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미접종자는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었던 소아·청소년을 포함하면 1000만명을 넘는다. 미접종자 1000만명 중 0.1%만 감염돼도 100만명이란 수치가 나온다. 최근 소아·청소년 확진자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전체 확진자 중 19세 이하 확진자 비율은 9월 마지막주 5.3%에서 10월10~16일 22.2%로 상승했다. 고령층도 위험하다. 60세 이상 고령층 확진자 비율은 같은 기간 14.2%에서 21.5%로 증가했다. 경남 창원 요양병원, 대구 서구 요양병원, 경남 거제 요양병원 등 돌파감염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확진자가 최대 4000∼5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의료대응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이 75% 정도에 이르면 거리두기 강화 등 ‘비상계획’도 시행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 개인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개인 방역수칙과 지역사회 수칙 등 거리두기 원칙 준수를 보다 강조해야 할 때”라며 “정부는 백신별 돌파감염률과 돌파감염의 사망률, 백신 접종 후 중환자 발생의 원인 분석 등 다양한 정보를 공개해 국민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확 풀린 경각심… ‘핼러윈 인파’에 걷기도 힘들었다
“이제 대기 안 받습니다. 줄 서지 마세요.”
‘핼러윈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 30일 오후 7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중심가인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있는 한 라운지 펍 입구에는 4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대기줄이 길어지자 직원은 새롭게 오는 손님들을 돌려보내는 모습이었다. 5분 사이에 10여명이 발걸음을 돌렸다. 해당 가게 직원은 “오후 4시쯤부터 이미 자리가 다 찼다. 기본적으로 2시간 정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며 “예전부터 핼러윈 시즌에 손님이 많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훨씬 더 사람이 많다. 역대급”이라고 말했다.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거리…‘역대급 인파’ 몰린 이태원
핼러윈을 맞은 주말 이태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조커와 스파이더맨 등 다양한 캐릭터의 의상을 착용한 사람이 쏟아져 나왔고, 이 같은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과 한데 엉켜 길거리는 발 디딜 틈 없는 모습이었다. 이태원은 매년 핼러윈 시즌이면 다양한 캐릭터로 분장한 이들이 몰려드는 곳이지만 올해는 특히 더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술집과 음식점이 밀집한 중심가에서는 사람들이 ‘출근길 지하철’에 탄 것처럼 서로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떠밀리듯 걸었다. 마치 차가 밀리는 것처럼 인도가 정체돼 100m 거리를 이동하는 데 10분가량 걸렸다.
서울시 등은 소독약이 분사되는 방역 게이트를 설치하는 등 인파에 대비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통제는 불가능했다. 이날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 등이 합동 현장점검에 나섰으나 이들 역시 이동조차 하기 버거운 상황이었다. 현장에 나온 서울시 관계자는 “식당 등에서 출입자 명부 작성과 사적모임 인원을 지키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는데 길거리에 사람이 많은 것은 어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태원을 찾은 이들도 인파에 놀란 모습이었다. 한 직장인은 “사람이 많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들 그동안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꾹꾹 눌러왔던 것이 한 번에 폭발한 것 같다”며 “마치 코로나19 이전 모습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 아예 안써…실종된 거리두기
거리두기는 실종됐다. 핼러윈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길거리를 걷다 지나가는 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고 길을 걷는 이들도 많았고, 골목길마다 수십명이 모여 마스크를 내린 채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클럽 등 유흥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은 라운지 펍 등으로 몰렸다. 라운지 펍에선 춤을 출 수 없지만, 사람들은 클럽에 온 것처럼 테이블 사이사이에 서서 춤을 췄다. 한 라운지 펍의 경우 골목길과 맞닿은 테라스에 수십명이 나와 춤을 추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오후 10시가 되자 방역수칙에 따라 대부분의 식당·술집이 문을 닫았지만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아쉬움을 느낀 이들은 편의점 등에서 술을 사 골목길에서 마시는 모습이었다. 술에 취해 술병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거리를 지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핼러윈 당일인 31일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틀 연속 이태원을 찾았다는 한모(28)씨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라 코로나19 감염도 크게 걱정 안 된다. 어차피 이제 곧 ‘위드(with) 코로나’ 아니냐”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많은 손님을 반가워하면서도 우려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한 술집 사장은 “그동안 힘들었는데 손님이 많이 찾아와 반갑다”면서도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난해처럼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 일어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완화돼 확진자가 대폭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9일 이태원과 강남 등 서울에서만 방역수칙 위반으로 272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음주운전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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