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향력 감소에 남북 관계도 새로운 환경 맞을 수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문제 제기시 합의 힘들어
中, 올림픽 등 기대감… 美, 충돌 피하되 현상 유지 원할 듯

미국과 중국 정상간 첫 회담이 오는 16일 오전(미국 시간 15일 저녁) 화상으로 개최된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면도 아닌 화상 회담 한 번으로 양국 관계가 나아질 것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선언 발표 등을 통해 대립으로 일관됐던 양국 관계는 그나마 훈풍이 불었다는 점에서 대만 문제와 무역 등 이해가 엇갈리는 현안에 대한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만 문제 쟁점… 우발적 충돌 방지에 초점
14일 로이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중심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자로, 중국은 ‘대국굴기’의 방해자로 상대를 간주하는 상황에서 첫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에 일대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작다.
양국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쟁점은 대만 문제다.
미국은 대만을 국가로 간주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하지만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전쟁시 개입 여부에 대해 “그렇다”고 답하는 등 대만 관계법에 따른 ‘대만 방어’ 의사도 밝혔다. 중국과 대만간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대만에 방어용 무기 수출을 확대하는 등 탈중국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대만 집권 민진당에 보조를 맞춰주는 모습이다.

‘하나의 중국’을 핵심 이익으로 삼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이 같은 행보에 10월에만 군용기 186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진입시키는 등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최근 무력시위를 ‘훈련’이라는 표현 대신 ‘전투대비 경계순찰’로 규정하면서 양안의 현 상황을 준 전시 체제로 간주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불과 사흘 앞두고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2일 이뤄진 통화에서 서로 물러서지 않고 대만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블링컨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 해협에 걸쳐 평화와 안정에 관한 미국의 오랜 관심을 강조했다”며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계속된 군사, 외교, 경제적 압박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가장 큰 위협으로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지지는 평화를 파괴하고 결국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며 “대만해협의 평화를 원한다면 어떠한 대만 독립 행위에도 명확하고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국이 대만을 놓고 이렇게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남태평양과 서태평양을 향한 진출과 방어 등에 핵심적인 지정학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동남아시아는 물론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넘어 호주까지 진출하는 데 견제 세력이 없기에 ‘자기집 안방’처럼 드나들 수 있다. 서태평양에선 한국과 일본을 지나쳐 미군 기지가 있는 괌까지 방어선을 넓힐 수 있다. 미국 본토까지 거리가 가까워지고 사실상 태평양의 주도권을 중국이 갖게 된다.
한국 역시 큰 영향을 받는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져 남북 관계에 새로운 환경이 조성된다.
대만을 놓고 벌이고 있는 미·중간 패권 다툼은 동아시아와 태평양의 군사·안보적 가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해선 안된다.
미국과 중국 모두 대만이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미국과 중국 역시 전쟁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대만해협에서 우발적 충돌에 따른 분쟁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 등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무역 합의와 中 기업 제재… 경제 구조 문제 제기도
경제·무역 분야에서는 양국간 1단계 무역 합의와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류허 부총리는 지난달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잇따라 영상 전화 통화를 했는데 공통적으로 대중 고율 관세와 자국 기업 대상 제재 취소를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체결된 1단계 무역 합의가 연말 효력이 끝나기에 미국 입장에선 중국의 조치에 대해 평가 후 향후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무역 합의는 중국이 미국 상품 구매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으로 체결됐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합의 후에도 연간 2500억 달러(약 294조원)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기존 25% 관세를 계속 부과해왔고 중국도 미국 제품에 맞불 관세를 그대로 유지해왔다. 타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중국의 상업용 항공기 구매 부족 등 무역 합의 준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무역 합의에 대한 중국 측의 이행률은 60%에 그친다.

또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제재는 중국 측에서 줄기차게 제기한 이슈다. 중국 정부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반도체 등 자국 첨단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사실상 방치했던 미·중 무역 관계의 ‘구조적 문제’까지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대규모 보조금 지급, 대형 기술 기업의 국유 기업화 등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어 회담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감 드러내는 중국 VS 현상 유지 원하는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의 첫 화상 회담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뤼샹 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을 상대하며 양국이 ‘힘의 위치’에서 대등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무역 문제와 관련 상호 만족스러운 합의가 기대되며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접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은 대만의 안보 상황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요구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로 삼길 기대하고 있다”며 “양국이 조만간 학생 비자 제한을 완화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회담은 양국의 경쟁을 군사적 충돌로 이끌 수 있는 오인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은 구체적인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양국 간 충돌이 아닌 치열한 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당국자의 인식을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미국이 중국과 경쟁을 환영하지만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회담이 아니다”라는 비슷한 맥락의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는 정상회담 후 주요한 발표나 공동성명을 예상하지 않는다는 당국자의 전망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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