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오늘의시선] 제2의 요소수 사태 막으려면

관련이슈 오늘의 시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1-11-16 23:28:55 수정 : 2021-11-16 23:28: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日 수출제한 경험하고도 국가적 대응 미흡
수입 의존 리스크 큰 제품 수입처 다변화를

중국발 요소수 대란 사태가 확산일로다. 그럼에도 비싼 수업료를 치렀지만 2개월 반 분량의 물량 확보로 요소수 대란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여권은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2019년 일본의 첨단소재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한 것에 비해 이번 중국산 요소수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이 너무 둔감하게 대응해 발생한 정책실패라고 혹평하고 있다.

전략물자 관리 부실을 이유로 우리나라로 수출되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에 대한 일본의 수출제한 직후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한 고강도 비판과 범국가적 대책 수립에 나섰다. 그러나 수입의존도가 높은 핵심소재에 대한 공급망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체제를 확립하기로 했지만 요소수 같은 범용소재는 해당되지 않았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

더욱 심각한 점은 이번 중국산 요소수의 경우엔 늦장 대응을 넘어 아예 산업통상 관리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 국내 요소 및 요소비료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달 11일 중국은 요소 수출에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제도 시행을 발표했다. 검사절차를 통해 수출을 금지한 것은 사실상 일본의 조치와 차이가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전략물자 관리를 문제삼았다면, 중국은 자국의 수급여건을 이유로 한 조치이다.

3주간 깜깜이와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호주, 대만 등 요소수 재고가 있는 국가로부터 단기간 내 수입을 서둘렀을 뿐 중국에 대해서는 실무협의 등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우리 통상당국은 중국의 수출제한조치 발동 즉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정신 위반을 제기했어야 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한·중 FTA 협정 서문에는 ‘한·중 FTA가 상품 및 서비스를 위한 확장되고 안정적인 시장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환경을 창출’하기로 돼 있고, 제8.2조에는 에너지와 광물에 대해 ‘수출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경우, 그 당사국은 그 내용과 이유, 예상되는 기간 등을 실행 가능한 한 사전에 다른 쪽 당사국에게 서면으로 통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에서 중국 조치에 대한 비판이 일자 중국의 관영매체가 나서 “필요한 물자를 자급자족하거나 비축하지 않은 자업자득이지 중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한·중 FTA가 규정하고 있는 수출제한에 대한 사전 서면통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도 모르고 있는 듯하다.

국산화 제안도 있으나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요소수 대란을 막기 위해선 수입처 다변화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국내 생산으로는 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전략물자나 비축물자 지정 제안도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략물자 지정은 42개 ‘바세나르체제’(WA)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수출통제에 적용된다. 요소수는 수입이 문제이지 수출통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비축물자는 물가 불안정, 수급불균형, 전시상황 대비 등 여러 목적에 따라 지정이 가능하나 사전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대란이므로 지정의 실익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공급망 대란은 요소수 문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1만2000여개 품목 중 31.3%인 3941개의 60%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발 리스크에 늘 노출돼 있다. 관 제작용 오동나무, 제설용 염화칼슘, 마그네슘, 텅스텐, 리듐 등 다수 품목에 대한 공급불안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수입의존도 리스크가 높은 품목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고 항시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기업과 산업에 공급망 위기 가능성을 알려 수입처를 다양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다. 외교부 대사관, 코트라 무역관,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의 통상정보를 산업당국이 검토해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일방적 조치 발동에 앞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FTA 이행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도 국제협정을 준수하는 국가라면 FTA 정신에 부합되도록 수출규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 국제통상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민주 '순백의 여신'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공효진 '공블리 미소'
  • 이하늬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