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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오미크론에 발 동동… 파우치 “美 5차 대유행 닥칠 것”

입력 : 2021-11-29 18:33:34 수정 : 2021-11-29 22: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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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방역 비상

美 하루 평균 확진자 8만∼9만명대
유럽 위드코로나 포기하고 속속 봉쇄
日 “모든 외국인 입국제한” 전격 선언

“선진국들 백신 사재기가 부른 결과”
국제사회 왕따 된 남아공 볼멘소리

일각 “오미크론은 ‘프랑켄슈타인 잡종’
백신 회피력·폭발적 전파력 모두 지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사진은 지난 7월20일 의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남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각국은 이 변이에 관한 정보 부족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 과학자는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베타 변이의 백신 회피력과 델타 변이의 폭발적 전파력을 모두 지녔다”며 ‘프랑켄슈타인 잡종’이라고 불렀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미국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에 코로나19 5차 대유행을 가져올 것”이란 비관론이 나왔다. 각국이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국경을 걸어잠그자 전문가들은 “아직 위험성도 잘 모르는데 너무 과도한 조치 아니냐”고 반발했다.

 

미 백악관 최고 의학 자문역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해 ‘오미크론의 전염성과 심각성, 특징 등 확실한 정보를 얻기까지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현존하는 백신이 가장 강력한 코로나19 보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여전히 백신 접종과 추가 접종(부스터샷)만이 가장 효과적 대책이란 것이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오미크론이 미국에 코로나19 재유행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ABC방송에 출연해 “(오미크론이) 이미 여러 국가에 퍼졌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여기(미국)에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현재 5차 대유행을 겪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실히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여전히 일일 평균 확진자가 8만∼9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공항 검역 초비상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는 가운데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승객들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열화상 카메라는 낮은 온도는 파랗게, 높은 온도는 붉게 보인다. 인천공항=하상윤 기자

이미 오미크론 변이가 상륙한 유럽 각국은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확인된 오미크론 확진자만 13명인 네덜란드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부분 봉쇄에 돌입했다. 지난 7월 ‘노마스크’를 선언한 영국은 대중교통 등에서 다시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영국에선 9명이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이들과 접촉한 사람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어도 자가격리를 하도록 했다.

발 묶인 남아공 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의 OR 탐보 국제공항에서 한 여행객이 바닥에 앉아 여러 항공사에 전화를 돌리며 탑승 가능한 항공편을 찾고 있다. 요하네스버그=로이터연합뉴스

아직 오미크론이 상륙하지 않은 인도도 긴급대응에 나섰다. 다음달 1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2개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에게 7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남아공 등 총 11개국을 지정해 최근 14일 이내에 해당 국가에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이날부터 금지했다. 필리핀은 오미크론 유입을 막고자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발 입국도 차단했다.

 

오미크론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일까.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미각, 후각 상실이 없었고 가벼운 기침 증상만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남아공 출신 리처드 러셀스 박사는 “위험도를 가늠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중증 위험도가 실제로 높다면 앞으로 1∼2주 안에 입원 환자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 이사회 스티븐 호지 의장은 “오미크론은 모든 최고 유행작을 모아 만든 프랑켄슈타인 잡종과 같다”고 했다.

 

졸지에 국제사회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는 신세가 된 아프리카 국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특히 남아공의 피해가 심각하다. 각국이 남아공과의 항공편을 끊는 바람에 수도 요하네스버그의 국제공항은 텅 비었다. 업무나 관광 때문에 남아공에 왔던 외국인들도 귀국할 길이 막막해졌다.

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한 상가 술집 앞에 시민들이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현지 관리는 오미크론 변이로 세계 각국이 내린 남아공 여행 금지 조처로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이프타운=신화 뉴시스

이에 아프리카 과학자들은 “선진국의 코로나19 백신 사재기 탓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접종률이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는 실정에서 입국 제한이나 여행 금지 등으로 장벽을 높이면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WHO는 성명에서 “오미크론의 전염력과 중증 위험도 등은 아직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오미크론의 증상이 다른 변이와 다르다고 볼 만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증상의 심각성을 파악하기까지 며칠에서 수주까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오미크론 변이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어느 정도 위험한지 등이 드러난 뒤에 입국 규제를 해도 늦지 않는다는 얘기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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