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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잠에서 깰 때가 더 중요한 ‘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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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15 23:19:02 수정 : 2021-12-15 23: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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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아끼기 위한 휴면상태
너무 일찍 깨어나면 생명 위태
코로나로 두차례 혹독한 겨울
우리 일상도 천천히 회복해야

기온이 떨어져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마무리할 일은 쌓여 있지만 추운 겨울 동물이 동면(冬眠)하듯 따뜻한 이불 속에 몸을 숨겨 내년 봄까지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동물의 동면은 휴면(休眠) 행동의 하나로 겨울철에 일어나서 동면이라 부른다. 반대로 여름에 휴면하면 하면(夏眠)이라 한다. 동물이 반드시 겨울과 여름에만 휴면하는 건 아니다. 하루 중에도 여러 차례 휴면하는 동물도 있다. 양서류, 파충류, 곤충, 포유류, 조류 등 다양한 동물이 휴면행동을 보이는데, 약 2300년 전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론’에서 “동물은 따뜻한 장소나 숨어 지내던 곳에서 몸을 숨겨 겨울잠이나 여름잠을 잔다”고 기록한 걸 보면 동물의 휴면행동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휴면 이유는 간단하다. 동물이 활동해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보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가 많으면 휴면한다. 동면을 나타내는 영어단어인 hibernation을 컴퓨터 분야에서 ‘최대절전모드’라고 해석하는데, 컴퓨터 전력이 부족할 때 최대절전모드로 들어가듯 동물도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휴면한다. 동면하는 동물이 많은 건 추운 날씨에 체온을 유지하고, 부족한 먹이를 찾는 데 에너지 소모가 커서 겨울철에 휴면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 생태학

동면을 겨울잠으로 표현하긴 하지만 무의식적인 신체기능은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아주 부드러운 휴식상태인 수면과 휴면은 다르다. 휴면에 들어가면 체온과 심장 박동수를 낮춰 신진대사가 정상상태의 5% 미만으로 떨어진다. 북극에 사는 땅다람쥐는 동면기간 체온이 영하 2도까지 낮아지고 동면하는 박쥐는 심장박동 수가 분당 400회에서 11회 정도로 떨어진다. 사람은 체온이 약 5도 내려가면 심장활동이 멈추고, 약 10도 내려가면 모든 생리작용이 정지하지만 동면하는 동물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적응행동으로 체온과 심장박동 수를 스스로 낮춘다. 겨울잠쥐는 자연상태에서 11개월 이상 휴면한 적이 있고, 냉장고에서 진행된 실험이긴 하지만 아메리카 지역에 사는 큰갈색박쥐는 344일 동안 휴면했다.

인생의 시련을 맞은 사람에게 추운 겨울 동물이 동면하고 봄이 오면 다시 왕성하게 활동하는 행동을 빗대어 격려하기도 한다. 동면한 동물이 따뜻한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잠에서 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동면한 동물이 봄철에 안전하게 깨어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먼저, 적당한 시기에 깨어야 한다. 일찍 깨어나면 비축했던 에너지가 한순간에 소비되고 남은 에너지로는 봄까지 견딜 수 없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동면하는 박쥐에게 발병하는 ‘하얀 코 증후군’은 병을 유발하는 곰팡이는 박쥐 자체엔 해롭지 않지만, 동면에서 일찍 깨어나게 만들어 결국 박쥐가 죽게 한다. 또한 동면에서 깨더라도 천천히 몸을 회복시켜야 한다. 알래스카에 사는 흑곰은 4월에 굴에서 나오지만 몇 주간을 무기력하게 보낸다. 동면기간 체중의 절반 이상이 감량됐어도 물고기처럼 영양분이 많은 먹이를 먹지 않고, 식물을 먹으면서 몸이 정상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동면 후 몸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수컷 북극땅다람쥐는 동면기간 생산되지 않던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봄철에 다시 생산된다. 그런데 짧은 기간에 테스토스테론이 급증하다 보니 매년 봄에 사춘기를 다시 경험하듯 몸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성격이 포악해지고 암컷을 두고 경쟁하면서 수컷끼리 서로를 죽이기도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면에서 겨울을 맞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겨울 동안 에너지를 신중하게 쓰며 봄이 올 때까지 기다려왔다. 서두르지 않고 적절한 시기를 봐서 깨어나는 것만 남았다. 동면에서 깰 때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급하게 움직이기보다 몸과 마음을 천천히 회복시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동면 후의 상태가 과거와 다른 것을 알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기온도 마음속 온도도 따뜻한 진짜 봄을 잘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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