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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고 돈 되네"… NFT에 빠진 MZ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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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5 15:06:21 수정 : 2021-12-26 09: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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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방귀소리 10만원·잡스 입사지원서 2700만원
사진·그림·영상·게임 아이템에
고유 값 부여한 ‘디지털 인증서’
희소성·재테크 수단 젊은층 열광
누구나 한정판 제작·판매 가능

메타버스 급부상 속 고속 성장
패션·엔터업계 등 앞다퉈 참여
세계 최대 NFT플랫폼 ‘오픈씨’
누적 거래 15조7억 돌파하기도

위작 의혹·저작권 문제 소지
유명 화가作 NFT 경매 무산
작가의 작업 영상 판매 놓고
작가·갤러리 법정공방 우려도
“이 가상의 돌은 사고파는 것 외에 아무런 용도(purpose)가 없습니다. 다만 (이를 구매한) 당신에게 100개의 돌 가운데 하나를 소유했다는 강한 자부심을 줍니다.” 2017년 아무런 쓸모도 없고 그저 이를 갖게 되면 ‘자부심’을 얻을 수 있다며 100개만 한정 판매하는 ‘돌멩이 그래픽’이 등장했다. 얼마에 판매됐을까? 지난 9일 기준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된 돌멩이는 888이더(ETH)다. 이더는 가상화폐 플랫폼 이더리움의 화폐 단위다. 1ETH당 대략 4000달러로, 환산하면 돌멩이의 판매가는 355만2000달러(약 42억원)다. 이 돌멩이의 이름은 ‘이더록(EtherRock)’이다. 이더록은 이더리움의 첫 ‘NFT(Non-Fungible Token)’ 형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전세계에 NFT 열풍이 불고 있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급부상하면서, 이 속에서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NFT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 불리는 NFT는 위조·변조를 막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값을 부여한 인증서다. NFT에는 해당 자산의 소유권과 구매자 이력 등의 정보가 영구적으로 담긴다.

 

23일 세계 최대 NFT 플랫폼인 ‘오픈씨(OpenSea)’의 누적 거래액은 16일 기준 133억달러(15조7억원)를 돌파했다. NFT 시장조사업체 넌펀지블닷컴에 따르면 2018년 1억8022만달러였던 NFT의 시가 총액은 올해 7억1089만달러를 기록했다.

 

◆MZ세대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 ‘희소성’도 인기 요인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NFT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MZ세대는 앞서 비트코인 등으로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있어 NFT 거래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누구든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사진, 그림, 영상, 게임 아이템, 음악 등 디지털화된 모든 것들을 ‘민팅’(디지털 자산에 고유값을 부여해 새로운 NFT 만들어나 최초의 NFT를 구매하는 과정)할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자산에 비해 높은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부분도 MZ세대를 이끄는 요인이다.

지난 3월 디지털 예술가 비플(마이크 윙컬먼)의 작품 ‘매일 : 첫 5000일’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780억원)에 판매됐다. 이 작품은 비플이 2007년부터 온라인에 올린 JPG 파일을 하나로 모아 NFT로 발행한 것이다. 이더록은 2017년 만들어진 직후 0.0999ETH에 판매됐지만 몇 년 새 가격이 1만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스 말리스가 친구들과 녹음해 판매한 방귀 소리가 1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NFT가 가진 ‘희소성’도 MZ세대를 끌어당기는 요소다. 한정판 신제품을 신제품 추첨제로 판매하는 ‘래플(Raffle)’ 마케팅 확대와 한정판 중고상품을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리셀(Resell)’ 시장 활성화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소비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NFT도 래플과 리셀처럼 나만의 제품을 갖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욕구를 자극한다. 기존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코인은 교환이 가능하지만, NFT는 대체(교환)가 불가능하다. NFT를 통해 각각의 디지털 자산들이 고유의 개성을 가진 ‘유일무이한 한정판’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라바랩스의 ‘크립토펑크’가 현재 평균 억대에서 최대 몇십억대 가격에 팔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크립토펑크는 이더리움에서 발행한 초창기 NFT 프로젝트 중 하나다. 라바랩스는 2017년 픽셀화된 아바타 캐릭터에 NFT를 부여한 ‘크립토펑크’ 1만개를 만들어 이 중 9000개를 무료 배포했다. 남자, 여자, 좀비, 유인원, 외계인 등 5개 기본 캐릭터에 각기 다른 헤어스타일, 의상, 액세서리로 개성을 부여했다. 이후 NFT가 점차 인기를 얻으면서 크립토펑크 초창기 발행 수량이 적은 좀비와 유인원, 외계인은 ’희귀템’으로 고가에 팔리고 있다. 푸른색 얼굴에 마스크를 쓴 크립토펑크 ‘코비드 에어리언’은 지난 6월 경매에서 1170만달러(139억원)에 판매됐고, 창업자들이 갖고 있던 희귀 크립토펑크 9개는 1700만달러(약 200억원)에 팔렸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작성한 자필 입사지원서 NFT가 경매에서 2만3000달러(약 2700만원)에,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2006년 처음 작성한 트윗이 290만달러(약 32억원)에 낙찰됐다. 바둑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승리한 대국도 60ETH(약 2억5000만원)에 판매됐다.

 

사자를 주제로 만든 3차원(3D) NFT 프로젝트 ‘정글캣’ 민팅에 참여한 직장인 원모(28)씨는 “민팅에 성공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모으는 재미도 있는 데다가 레어리티(희소성)가 높을 경우 구입한 가격보다 높게 팔 수도 있다”면서 “도지코인이 일론 머스크로 인해 가치가 갑자기 올라간 것처럼 몇 년 뒤 가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예술분야 넘어 게임, 엔터테인먼트까지 NFT 열풍

 

NFT는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고 원본임을 증명하는 특성으로 인해 미술 분야를 중점적으로 발전해왔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 게임,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NFT를 향후 ’돈이 되는 사업’으로 점찍고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존 유료 아이템을 일방적으로 구매하던 방식을 전환해 이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게임 재화는 이용자가 돈을 결제해 얻었더라도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어 게임 운영이 종료되면 가치가 소멸됐다. 하지만 NFT에 기반한 게임 아이템은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있어 서비스가 끝나도 이용자가 아이템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

 

위메이드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 글로벌 버전에 NFT를 정식 도입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내에서 ‘흑철’이라는 광물을 캐 위메이드의 가상화폐인 ‘위믹스’로 바꿀 수 있다. 엔씨소프트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게임 내 NFT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에 낙찰된 디지털 예술가 비플의 NFT 작품 ‘매일 : 첫 5000일’.

나이키와 아이디스를 비롯해 루이비통과 구찌, 버버리 등 주요 명품 패션 브랜드들도 제품을 기반으로 한 NFT 제작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관심도 뜨겁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서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함께 K팝을 중심으로 한 NFT 연계 디지털 굿즈 제작·유통·거래 및 일련의 부가서비스를 개발·제공·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을 함께 하는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도 두나무와 제휴를 맺었다. 잇따라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도 NFT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IT기업들도 빠르게 NFT에 뛰어들고 있다. 트위터는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NFT 컬렉션을 보여주는 탭 기능과 정품 인증 배지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인스타그램도 NFT 시장 진출을 시사했다.

 

◆“저작권 위반 아닌가요?” 논란은 계속

 

신기술인 NFT가 급격하게 성장한 만큼 저작권 문제 등 논란도 있다.

 

NFT 기반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저작권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한 창작자가 자신이 만든 창작물을 NFT로 만들어 판매한다면 이를 구매한 사람은 판매된 NFT 소유권을 가지는 것이지, 저작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대부분 창작자와 판매자가 동일하다보니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누구나 손쉽게 디지털 콘텐츠를 NFT로 만들 수 있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저작권자가 아닌 사람이 기존 창작자의 동의 없이 NFT를 만들어 판매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마케팅 기업인 워너비인터내셔널이 이중섭 작가의 작품인 ‘황소’와 박수근의 ‘두 아이와 두 엄마’, 김환기의 ‘무제’의 NFT를 자사 디지털 아트 플랫폼인에 출품하려다가 위작 의혹 및 저작권 문제 등으로 경매가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환기재단과 박수근 화백의 유족 등 저작권자들은 “NFT 작품 제작 및 경매를 위한 저작권 사용을 어떤 기관에도 승인한 바 없다”며 저작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최근 공유경제 미술품 투자기업 ‘피카프로젝트’는 ‘실험미술의 거장’인 이건용 화가의 작업 모습을 NFT로 출시하려다 작가의 반대에 부딪쳤다. 양 측은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이 화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내 작품과 퍼포먼스 영상으로 NFT를 제작해 판매한다니 금시초문”이라며 “단어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무엇인가를 만들며, 작가의 참여나 허락도 구하지 않는 몰염치와 몰이해의 사기 행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성해중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는 “NFT화하려는 것은 이건용 선생님의 작품 자체가 아닌 작업 당시 사진과 영상”이라며 “이에 대한 저작권은 이를 찍은 아산갤러리가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주제로 메이슨 로스차일드라는 작가가 만든 NFT 작품 ‘메타버킨스’는 10억원 상당의 NFT가 판매됐지만 에르메스는 “버킨백의 NFT 제작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저작권과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인 에르메스가 해당 NFT 작품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가치가 하락할 상황에 놓여있지만 해당 작가는 “이미 거래가 완료됐다”며 환불 불가 의사를 밝혔다.


남혜정 기자 hja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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