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표현 써가며 내부결집에 사활
“꼭 정권 교체해 국가 정체성 확립”
李 겨냥 “표 얻으려 부도어음 던져
대장동서 얻은 돈 대통령 되는데 써”
박근혜 사면 관련 공개언급은 피해
선대위 관련 “쇄신 계획 없다” 일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하루 앞둔 30일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을 찾아 집토끼(지지층) 단속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대신 문재인정부에 비판적인 보수층을 겨냥해 연일 거친 언어로 ‘반문(반문재인)’ 메시지를 쏟아냈다. 최근 중도뿐 아니라 보수층에서도 지지율 하락 조짐이 나타나자 내부 단속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윤 후보가 선대위 전면개편을 거부한 데다 후보 본인이 확실한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 앞서 경북도당에서 15개 친박(친박근혜) 단체들과 비공개 차담회를 했다. 친박 단체 중 하나인 자유유권자총연합회 김경은 회장은 윤 후보가 등장하자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며 “정권을 내줘야 하는 안타까움과 절망감이 있었지만 윤 후보가 자유 보수우파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에 “도저히 저들의 계속된 집권을 눈 뜨고 볼 수 없다. 꼭 정권을 교체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며 “저 역시 분골쇄신해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이 나라의 경제 번영 기초가 되는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세우겠다”고 화답했다.
윤 후보는 이들과 공개 자리에선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울진·안동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대여 비판에만 집중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부정할 경우 중도층 여론 악화가 우려되고, 또 긍정하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동정 여론이 큰 대구 민심 악화를 부르는 딜레마에 처해있어서다.
윤 후보는 대신 원색적 표현을 동원하며 문재인정부를 비난하는 데 집중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해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라고 비판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선 “(이 후보가) 아주 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며 동네·마을·지역마다 표를 얻기 위해 막 던진다”며 “이 어음이 결제되는 것을 이번 정부에서 봤느냐. 부도 어음”이라고 주장했다.
대장통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이렇게 중범죄로 얻은 돈을 갖고 (이 후보를) 대통령 만드는 데 안 쓰겠느냐. 삼척동자도 다 아는 내용”이라며 “이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는 정당은 뭐 하는 정당이냐. 정상적인 정당이 맞느냐.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대국민 사과에도 지지율 하락 흐름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 일각에선 대선 패배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대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쇄신 계획은 없다. (선대위가) 절대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준석 대표와 갈등에 대해서도 “제 입장에서 보면 갈등이랄 것도 없다. 서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는 “선대위의 크기 문제가 아니라 윤 후보의 결정 방식과 선대위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라며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 여론이 50%가 넘는, 결코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오찬을 갖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특단의 결정을 내리거나, 여권에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위기 흐름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편 서울 강남의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31일 0시에 석방 절차가 완료된다. 그러나 수감생활 동안 건강이 악화해 내년 2월까지는 입원 치료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수·진보성향 단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앞두고 연이어 찬반 집회를 열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