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서울대에 장학기금 10억원 기부해
서울대 부총장을 지낸 원로 핵물리학자가 모교 서울대에 10억원의 장학기금을 기부한지 1개월도 채 안돼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서울대 구성원들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오롯이 실천한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나섰다.
4일 대한민국학술원에 따르면 학술원 회원인 고윤석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날 오전 4시 17분 타계했다. 고인은 1954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해 1963년 네브래스카 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접하기 힘들었던 이론핵물리학을 전공한 고인은 귀국 후 모교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교수로 강단에 섰고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1998년 우리나라에서 학자로서는 최고 영예에 해당하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됐다.
고인은 1960∼1970년대 우리나라에 현대 물리학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 크게 공헌한 학자로 꼽힌다. 특히 핵물리학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사재를 털어 ‘핵물리학상’을 직접 제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상은 매년 핵물리학을 전공한 젊은 연구자 가운데 연구 업적이 탁월하고 국내 핵물리학 발전에 기여할 인물을 선정해 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이처럼 고인의 제자 사랑은 남달라 지금으로부터 거의 1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7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나란히 딴 ‘고윤석·박종숙 장학기금’ 10억원을 쾌척했다. 이에 서울대는 오세정 총장이 직접 감사패를 전달하며 고마움의 뜻을 표했다. 당시 오 총장은 “고 명예교수님은 높은 경륜과 학덕으로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시고 물리학자로서 학문의 발전과 인재 양성에 헌신해오셨다”며 “나눔과 배려의 미덕으로 지식인의 공적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해주신 ‘고윤석·박종숙 장학기금’은 자연과학대학이 기초과학을 연구하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동력으로 소중히 사용하겠다”는 표부를 밝혔다.
고인은 1990년 대한민국과학기술상을, 1992년에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각각 받았다. ‘아이적뉴턴’(1970), ‘자연과학개론’(1972), ‘현대물리’(1992)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종숙씨, 자녀 고영률(서울대 명예교수)·영백·은희(덕성여대 명예교수)·성희씨, 며느리 이주옥·김윤희씨, 사위 최명언(서울대 명예교수)·김영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6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전북 익산시 원불교 영모묘원이다. (02)2072-2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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