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12%, 중3 23%도 “수포자”
초3 분수, 초5 사칙연산서 ‘고비’
“초등 때부터 학습결손 누적된 탓”
교사들 “부진학생 초기 지원 필요”
자신을 ‘수포자’(수학포기자)라고 생각하는 고교생 비율이 수학 과목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보다 약 2.4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포자 양산의 가장 큰 이유로는 초·중학교 수학교사들의 대부분이 저학년 단계부터 누적돼 온 ‘학습결손’을 첫손에 꼽았다. 예컨대 초등 3학년의 나눗셈과 분수, 이어 5~6학년으로 이어지는 분수의 사칙연산이 수학을 일찍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교육계에서는 “교사는 물론 교내 교사학습공동체에서 부진한 학생을 위해 저학년부터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은 초·중·고 학생 3707명과 초·중·고등학교 교사 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초등학교 6학년의 11.6%, 중학교 3학년의 22.6%, 고등학교 2학년의 32.3%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런 응답 비율은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 나타난 수학 과목의 기초학력수준미달 비율을 상회한다. 당시 조사에서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의 수학 과목 기초학력미달비율은 각각 13.4%, 13.5%였다. 그러나 실제 자신을 수포자로 여기는 학생 비율은 이보다 각각 1.7배, 2.4배 높은 셈이다.
수학으로 인해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학생들의 비율도 높았다.
‘나는 수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는 질문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44.9%, 중학교 3학년 학생의 60.6%, 고등학교 2학년의 72.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사걱세는 “학교 급이 올라갈수록 수학 개념이 복잡해지고 수학공부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며 “학생들의 수학 학습 동기저하로 이어져 향후 더 많은 수포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직 수학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근본 원인을 ‘누적된 학습결손’에서 찾았다. 초등학교 수학 교사의 83%, 중학교 수학 교사의 69%가 이를 지적했다. 사걱세는 “수업 운영 측면에서도 (부진한 학생을 위한) 세심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수학교육과정을 기존의 계단식 과정에서 탈피해 배움 자체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포자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불수능’ 및 ‘킬러문항 논란’ 등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에 대한 요구가 거센 가운데, 고등학교 수학교사의 81%는 ‘현행 시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능 수학시험 평가 제도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에 응답한 비율이 55%로 가장 많았고, ‘선다형 문항을 서술형 문항으로 바꿔야 한다’(13%)가 뒤를 이었다.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출제돼 수포자가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51%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