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돈 안 챙겨주니 ‘미투’ 터져, 보수는 확실히 챙겨줘. 조국의 적은 민주당”

MBC ‘스트레이트’, 16일 김건희씨의 통화 내용 일부 공개 / 김씨, 이른바 ‘쥴리’ 의혹에는…“나는 쥴리 한 적이 없다” 반박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록 공개를 앞두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했던 MBC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그중 일부를 16일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 나온 녹음 파일은 김씨와 진보 성향 유튜브 매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의 통화를 담았다.

공개된 녹음 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통화에서 진보 진영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이슈에 대해 “미투가 터지는 게 다 돈을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라며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라고 덧붙였다. 또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여기는”이라며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했다.

김씨는 “돈은 없지. 바람은 피워야겠지. 이해는 다 가잖아”라며 “나는 다 이해하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라고도 언급했다. 이어 “보수는 돈 주고 해야지 절대 (진보 진영처럼) 그러면 안 된다”며 “나중에 화 당한다. 지금은 괜찮은데 내 인생 언제 잘 나갈지 모르잖아. 그러니 화를 당하지, 여자들이 무서워서”라고도 말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서는 “조국 수사를 그렇게 펼칠 게 아닌데, 조국 수사를 너무 많이, 너무 많이 공격했지”라며 “그래서 검찰하고도 이렇게 싸움이 된 거지”라고 김씨는 말했다. 더불어 “빨리 끝내야 한다는데 계속 키워서 유튜브나 유시민 이런 데서 자기 존재감 높이려고 계속 키워가지고”라고 평가한 뒤, “사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여권이 검찰의 조 전 장관 수사를 강하게 공격하면서, 도리어 수사를 지휘하던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등 사태로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윤 후보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키워준 거다. 보수가 키워줬겠나”라며 “정치라는 것은 항상 자기편에 적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보수”라며 “바보 같은 것들이 진보, 문재인(대통령)이 탄핵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야. 보수 내에서 탄핵시킨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의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에 대해 비판적 질문을 해보라는 발언도 했다. 김씨는 홍 의원의 서울대 토크콘서트 일정에 갈 것이라는 이 기자의 말에 “날카로운 질문을 해봐라”며 “홍준표 까는 게 더 슈퍼챗(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후원금)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에게 ‘우리 팀으로 오라’거나 ‘우리랑 같이 일하고 성과 내서’, ‘우리 동생이 잘하는 정보 같은 거 뛰어서’ 등 같이 일을 하자는 취지의 제의도 했다. 김씨는 “명수가 하는 만큼 줘야지”라며 “잘하면 뭐 1억원도 줄 수 있지”라고 발언했다.

유흥업소에서 종사했다는 이른바 ‘쥴리’ 의혹을 놓고는 “나는 쥴리 한 적이 없다”면서, “그러니까 (의혹 제기하는 쪽에서) 계속 인터뷰하면 좋지. 걔가 말하는 게 계속 오류가 날 거거든”이라고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두고는 “본인이 오고 싶어했다. 왜 안 오고 싶겠어. 여기가 자기 그건데,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것”이라고 했고, ‘서울의 소리’가 언론으로서 공신력을 가져야 한다며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비판하는 김씨의 발언도 녹음 파일에 들어있었다.

방송에 따르면 이 기자는 ‘공익적 차원’에서 스트레이트에 통화를 제보했다. 앞서 윤 후보가 지난해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인터넷 매체 말고 메이저 통해서 하라’고 말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진행자는 “(이 기자는) MBC에 제보하는 게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행자들은 “스트레이트는 제한된 시간 안에 김건희씨의 말이 왜곡되지 않게 최대한 편집하지 않고 전해드리고자 노력했다”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신중히 방송한 만큼 ‘정치공작’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4일 김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김씨 관련 수사 등에 대한 내용을 제외한 부분의 방송은 허용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윤 후보의 배우자로서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이며, 그의 사회적 이슈 내지 정치에 대한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허용 이유를 밝혔다. 방송 금지 부분과 관련해서는 “(김씨 관련)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김씨의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바, 향후 수사나 조사를 받을 경우 진술거부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커 보이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방송이 끝난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방송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 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후보자의 배우자가 본인에게 과도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매체들에 대해 지적하고, 조언해주는 사람에 감사를 표하고,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건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이어 “다음 주에도 MBC에서 보도예정이라고 하니, 다음 주에는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떤 이유로 문제 되는지도 언론사의 관점을 실어 보도하면 시청자의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