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당국은 국채발행 또 추경
여야, 자영업자 표 의식 정부 압박
“14조 추경 너무 적어… 확대 필요
소상공인 1000만원은 지원해야”
돈풀기로 금리·물가압력 커질 듯
사상 초유의 ‘1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예고된 가운데 규모를 늘리려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 300만원 지원을 중심으로 한 14조원 규모를 고수하고 있지만, 여야는 1000만원 지원 방안까지 내놓으며 경쟁적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이번 추경 재원이 적자국채 발행인 만큼 추경 규모가 커질수록 ‘빚잔치’를 벌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연초부터 돈이 풀릴 경우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에 대한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과의 ‘정책 엇박자’ 논란도 진행형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추경이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재원이 마련되고, 607조원의 본예산 집행이 이제 막 시작된 점을 들어 추가적인 증액 논의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모두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너무 작다고 밝혔고, 여야 모두 1000만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가 정치권의 압박에 맞서는 이유는 대규모 추경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이다. 적자국채를 발행해 시중에 국채공급이 늘어나면 채권 가격 하락에 따라 국채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이는 대출금리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기준금리 상승 기조와 맞물려 대출금리 상승은 코로나19 사태로 빚이 급증한 자영업자 등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정부가 추경을 발표하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044%로 올랐다. 아울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1년 전 대비 2.5% 오르며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국채 발행은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또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며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돌아선 통화당국과의 정책 엇박자 우려가 더 짙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1월 추경을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정치권 주장처럼 1000만원으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늘리고 채무가 증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소상공인 피해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초과세수로 지원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합리적인 계산 없이 추가로 증액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산이 팽창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예산 범위 내에서 재원을 활용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게 맞지 또다시 추가 경정하는 건 예산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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