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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와미래] 세종시 출산율의 인구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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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18 00:00:45 수정 : 2022-02-18 0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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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많은 세종 출산율 1위
양질 일자리·좋은 주거 환경 영향
지자체, 출산장려금 늘리기보다
양육여건 개선…일자리 만들어야

우리나라 시도 지역 중 출산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시이다. 2020년 전국 합계출산율이 0.84였던 것에 비해, 세종시는 1.28로 전국에 비해 1.5배가량 높았다. 세종시는 인구유입이 어느 정도 진행된 2015년부터 줄곧 전국 출산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왜 세종시의 출산율은 높을까. 일반인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조차 직업 안정성이 높고 육아휴직을 편하게 쓸 수 있는 공무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세종시의 20대 후반, 30대 초반 주민 중에서 공공행정에 종사하는 비율은 15.0%로 전국의 4.4%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무원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출산율이 그렇게 높다고 하기에는 전체 주민 중 공무원 비율이 너무 낮다. 세종시의 15% 정도인 공무원 인구 때문에 전국보다 1.5배 높은 출산율이 만들어지려면 세종시 공무원 가구는 평균 4명 이상의 자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사례는 세종시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세종시의 출산율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출산 연령기에 해당하는 주민들 중 신혼부부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2019년 세종시 30대 여성 중에서 신혼인 비율은 28.2%로 전국의 신혼부부 비율 21.5%를 크게 상회한다. 신혼부부는 혼인기간 5년 이하의 부부를 의미하는데, 신혼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우리나라 전체 출생아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신혼부부가 많을수록 출산아도 많아지게 된다.

그러면 세종시는 왜 신혼부부들이 많을까. 여기서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인구지리학(population geography)은 이 질문에 대한 답과 설명을 제공한다. 인구지리학은 인구와 지역 특성 간의 상호관계성을 연구하는 인문지리학의 분과 학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촌을 제외하고 신혼부부의 비율이 높은 곳들은 대도시 주변의 신도시 지역들(대구 달성군, 부산 강서구, 경기 화성시 등)이나, 주거와 일자리 여건이 갖춰진 산업지역들(경남 양산시, 울산 북구, 충남 서산시 등)이 많다. 청년 간부 군인 부부가 많은 인제군과 양구군도 강원도에서는 신혼부부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환경이 신혼부부를 끌어들이고, 이것이 지역의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인구와 지역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분포의 대조만으로도 이러한 인구동태(출산)와 지역 특성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종시는 주택시장 폭등 전까지만 해도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매우 낮은 편이었다. 그렇다보니 인근 대전(유성구), 공주, 청주의 신혼부부들은 새 아파트들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주거부담이 낮은 세종시에 신혼집을 꾸리려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도 세종시의 출산율 전국 순위는 높겠지만, 주민들의 평균 거주기간이 늘어가고 신규유입 신혼부부의 비율이 낮아지면서 세종시와 전국 출산율의 차이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실제로 그 차이가 최근 낮아지기 시작했다.

세종시가 보여주는 신혼부부와 출산율의 관계는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기초지자체의 출산율은 주거와 일자리 등과 같은 구조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지자체가 쉽게 바꿀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이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출산은 기초지자체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고, 책임지지도 못한다. 출산장려금으로 출산을 늘리겠다는 허상이 아닌, 지역 주민의 출산과 양육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더 적절한 선택이다. 또한 지자체는 자기 지역의 특성과 연관된 인구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구와 지역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지역화된 정책을 발굴하고, 고령화가 야기할 미래 문제들에 더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신혼부부 (주소지) 빼앗기 게임에 그치고 있는 출산장려금 경쟁은 그만두고, 이제 지역의 진짜 인구문제를 직시할 때가 됐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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